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6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가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2012~2014년, 2019~2020년 김씨 등과 나눈 대화 및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힌다.
이날 공개된 파일은 김씨와 정 회계사 간 대화로, 50억 클럽으로 알려진 사람들에게 지급할 액수와 금액의 조달 방법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정씨에게 “50개 나갈 사람을 세 줄게”라며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국회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그룹 회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언급했다. 그 외에도 “윤창근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14억원, 강한구 전 성남시의회 의원에게 3억원”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누구에게 50억원, 누구에겐 20억원’ 등 수익 배분을 계획하며 “총 320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계산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 “그럼 (총액이) 뭐가 되지? (종이에) 써서”라며 분양 이익금과 나눠줄 액수를 맞춰 보기도 한다. 정 회계사도 “50, 50, 100, 200, 300”이라며 돌아갈 분배액을 더해 계산하는 듯한 상황도 녹음됐다.
언급된 이름 가운데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은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 근무하면서 회사 보유분이던 대장동 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84㎡)를 시세의 반값에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나머지 인물들도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준 핵심 인물 등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한구 전 의원은 윤 의장과 함께 당시 성남 시의원을 설득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도움을 준 인물이다.
반면 홍 회장과 최 전 수석의 관련성은 모호하다. 홍 회장은 2019년 김만배 당시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매번 수십억원의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회장은 “대장동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최 전 수석 역시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활동하거나 투자한 바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법정 재생된 녹음파일에서 50억 클럽 명단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며 여야와 관계없이 유력 정치인과 법조인 등에게 로비하려 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다만 지난해 10월 50억 클럽 명단이 공개되자 최 전 수석, 박 전 특검, 김 전 총장 등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검찰 측에서도 곽 전 의원 외 인물 등에 대해 소환조사를 벌였으나 아직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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