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다음달 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다. 대선에서 각각 낙선하고 자진사퇴한 지 두 달 만이다.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지역구 선거에 뛰어들면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의 판이 확 커졌다. ‘대선 2라운드’라는 말이 나온다. 선거 결과에 따라 양당의 차기 당권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 위원장도 이날 경기 분당갑 출마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분당갑에 출마해달라는 당 안팎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분당갑뿐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고문과 안 위원장의 출마로 양당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전에서 두 사람이 각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뛰는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고문은 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지휘할 계획인 만큼 선거 판세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기류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지방선거의 구심점이 필요한 민주당과 원내 입성의 필요성을 느낀 이 고문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이 고문의 한 측근은 “8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고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원내 입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고문은 이날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안 위원장 출마를 두고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재·보궐선거 승리로 원내에 입성해 지지 세력을 만든 뒤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으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선 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당대표 간 세력 다툼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당내 기반을 쌓는 일은 안 위원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지난 3월 안 위원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에 공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이 분당갑 선거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분당구에서 윤 당선인의 득표율이 이 고문보다 12.6% 앞섰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확보해 검경 수사 압박을 피하기 위한 ‘방탄용’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 고문의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일 압수수색을 벌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고문을 김씨와 나란히 ‘국고손실 공범’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길성/전범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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