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대세 상승장에선 누구나 수익을 냈다. 아무 종목이나 골라도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장에선 손실만 안 봐도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발 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난이도가 높아질 때는 간접투자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여의도의 ‘주식 전설’들에게 돈을 맡기는 것도 그중 한 가지 방법으로 꼽힌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이름을 날린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여의도를 대표하는 펀드매니저로 통한다. 2010년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열풍을 주도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김민국·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최상위권 수익률을 내면서 ‘차세대 전설’로 부상하고 있다.
황 대표는 각종 증권사 주식투자 대회를 휩쓴 슈퍼개미 출신이다. 그가 이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 ‘손실을 내지 않는 운용사’로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 대표 공모펀드는 타임폴리오위드타임과 타임폴리오마켓리더다.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은 ‘롱쇼트’ 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펀드다. 최근 1년 수익률이 14.3%에 달한다. 같은 기간 14.3% 하락한 코스피지수와 크게 대비된다. 2019년 설정 이후 수익률은 64%에 이른다.
마켓리더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2.78%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상승장에서는 ‘양방향 매매’를 하는 위드타임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낸다. ‘롱온니(long only)’ 전략으로 성장 산업의 대형주에 투자한다. 편입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F&F, GS건설 등이다.
VIP자산운용은 사모펀드지만 다올KTBVIP스타셀렉션이라는 공모펀드를 운용한다. VIP자산운용이 종목을 자문하고, 기술적 운용은 다올자산운용이 맡고 있다. 이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 16.57%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1위다.
이 펀드는 정통 가치주가 아니라 성장하는 산업의 저평가주에 투자한다. 반도체를 바탕으로 2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는 한솔케미칼이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강방천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잣돈 1억원으로 2년도 안 돼 156억원을 번 일화로 이름을 떨쳤다. 대표 펀드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다. 이 펀드는 최근 1년 코스피지수가 14.3% 내릴 동안 3.86%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강 회장은 ‘1세대 가치 투자자’로 불린다. 다만 기존 가치 투자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바라본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수익성 지표가 아닌 사업 모델 분석에 근거해 저평가 종목을 발굴한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가 주력 종목이다. 하이브, 카카오, 현대차2우B도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다.
브레인코스닥벤처는 코스닥 성장기업과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최근 3년간 6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어떤 장이 펼쳐지든 꾸준히 수익을 냈다는 얘기다.
하락장마다 수익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린 황성택 대표는 신개념 행동주의 투자로 ‘제2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시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 뒤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 수익을 내는 트러스톤ESG레벨업펀드를 작년 초 내놨다.
편입 비중 1위 종목은 내복업체 BYC다. BYC는 부동산 가치가 1조원을 넘지만 1983년 이후 자산 재평가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기업가치가 장기간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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