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규제, 친기업의 정책 도구는 '표준'

입력 2022-05-08 17:21   수정 2022-05-09 00:08

정책의 성패는 정책 수단 활용에 달려 있다. 바르게 기획된 정책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출발하면서 성장과 탈규제,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세 가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수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출발할 때마다 규제 개혁을 위해 전봇대를 뽑는다거나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한다거나 모래주머니를 없앤다고 했다.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활력을 되찾아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성장을 촉진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한 룰을 제공하는 수단이 표준이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제고 수단으로 표준을 활용해야 한다. 표준이 산업혁명 확산 수단이기 때문이다. 2차 산업혁명은 표준의 대량생산 기능을 통해 확산했고, 3차 산업혁명은 표준의 호환성 기능을 통해 정보화와 자동화를 이룩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이버 공간과 물리 공간을 연결하는 데 표준의 상호 운용성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유럽 최대 전략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표준을 정하는 자가 세계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도 표준화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대량생산 수단으로 표준화 전략이 활용됐다. 당시 정부가 상공부 표준국을 공업진흥청으로 확대 개편해 산업표준화를 추진,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을 지원하게 한 것이 좋은 사례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수단으로 표준을 활용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장벽 제거 수단으로 국제표준을 활용하고 있다. 국제표준이 존재하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않고 국제표준을 사용함으로써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제거하자는 것이다. 미국도 규제 혁신 도구로서 표준을 활용하고 있다. 연방 예산관리국(OMB)의 지침에 따라 연방정부가 기술 규제 도입 시에는 제정된 표준을 활용해 기술 규제를 만들지 않도록 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표준이 국제표준과 일치하고 기술 관련법이 국가표준과 일치하면 기업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의 규범으로 국제표준을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한다. 표준은 이해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제정된다. 따라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에 공평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 기술 혁신이 수월성을 추구한다면 표준은 보편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표준은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개발된 기술을 국제표준화함으로써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국내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첨단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국제표준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술표준 국제연합(UN)이라고 불리는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단에 진입해 국제규범의 제정자(rule setter)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정책적, 시스템적 접근이다.

새 정부가 성장과 규제 개혁,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 수단으로 표준을 활용하고 국정 과제로 표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할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표준 제정 권한을 종합 조정하고 규제 개혁을 책임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 표준체계를 혁신하고 실행계획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에 명문화된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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