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경제 빅뱅…'스페이스K' 키우자

입력 2022-05-08 17:28   수정 2022-05-09 00:40

미국의 상업용 정찰위성 스타트업인 카펠라스페이스.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에 자리잡은 이 6년차 기업은 날씨와 밤낮에 관계없이 지구를 볼 수 있는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와 정보당국 등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위성군(群)을 24시간 가동했다. 구름이 많은 우크라이나 전장을 관찰하는 데 최적이어서다.

핀란드 스타트업인 아이스아이도 세계 최고 해상도(25㎝)를 자랑하는 SAR 위성 데이터를 미국에 실시간 제공했다.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서방이 훤히 들여다보게 된 것은 이들 위성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글로벌 우주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주경제는 발사체(로켓), 위성, 관제시스템 등 인프라로 유·무형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8일 우주시장 조사업체 스페이스테크애널리틱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오리진, 아리안스페이스 등 세계 1만여 개 우주기업의 가치는 2030년 10조달러(약 1경2729조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각국 정부가 움켜쥐고 있던 우주기술 주도권은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팰컨9) 덕분에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정찰·통신·항법위성 수요가 세계적으로 폭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뿐 아니라 우주선 발사, 우주 호텔 및 민간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계획도 잇따르고 있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은 지난 6일 비행사 4명을 태우고 ISS를 방문한 뒤 플로리다 앞바다로 귀환(스플래시다운)하면서 31번째 우주 왕복 미션을 성공했다.

세계 우주시장 판도를 바꾼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는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HGV·HCM)과 원리가 비슷하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국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무력화할 수 있다. 우주기술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지경이지만 국내 우주산업은 아직 태동기다. 고체 로켓은 국방부, 액체 로켓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주하고 기업은 단순 용역을 수행하는 ‘공공사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위성은 대부분 외국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제작한다.

우주업계 관계자는 “초격차 우주기술을 개발한 곳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라며 “한국도 우주 관련 ‘스타트업 선단’을 꾸려 원천기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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