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둔 지난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일선경로당'은 어르신들의 대화 소리로 북적였다. 한 테이블에서는 “그동안 다들 어떻게 지냈냐, 이제라도 보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형형색색 그림 그리기가 한창이었다. 꽃 그림을 색칠하던 정 모씨는 “경로당이 문을 닫은 동안 혼자 집에 있어 외로웠다”며 “자식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 보니 홀로 TV 프로그램 몇 개를 돌려보는 게 일과의 거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달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다시 문을 연 서울 시내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등 어르신들이 찾는 시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노인들은 “찾아오는 가족도 없어 적적한 와중 사람 만날 곳이 생겨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들은 경로당이 폐쇄된 동안 외로움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노인 시설은 지난 2년간 운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경로당 폐쇄되면서 노인들은 주변 공원과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같은날 정릉4동 경로당에서 만난 최아영(81) 씨 역시 “혼자 사는 입장에서 경로당이 아니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많이 우울했다”며 “사람을 못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로움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백설경로당에서 식사 봉사를 하는 김모(80)씨는 “경로당에 오는 노인들은 대부분 80세가 넘는 독거노인이라 같이 식사할 가족 하나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린 노인들도 많았다. 이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경로당이 중간에 문을 열어도 일주일 남짓만 열다가 다시 닫아버려 마음이 힘들었다”며 “사정이 비슷한 사람끼리 경로당 앞에 있는 공원에 모여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느라 우울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정릉3동 경로당을 찾은 임영길(82) 씨는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혼자 남겨진다는 고립감이 더 무섭다”며 “필요하면 백신 4차 접종까지 마칠 테니 노인들이 모일 수 있는 이런 공간은 앞으로 문을 안 닫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독거노인 가구 비율에 따르면 서울시 내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20년 기준 25만9733명으로 전년 23만8088명 대비 약 2만 명 늘었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서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작년 기준 154만9000명에서 △2030년 221만9000명 △2040년 282만7000명 △2047년 304만8000명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복지재단 관계자는 “독거노인의 경제 능력?건강?사회활동 지원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독거노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 지원에도 정부가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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