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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환율전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서자 수입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이 수출 확대 등 경제성장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오랫동안 불문율로 여겨온 '환율 하락(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 하락)' 기조를 포기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을 통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FT는 "코로나19 회복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연이은 악재로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통화정책의 목표를 경제성장에서 '물가상승 억제'로 옮기고 있다"며 전 세계가 통화강세 정책에 뛰어든 배경을 짚었다. 자국의 통화가치가 약하면 수입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한다는 이유에서다. 마크 맥코믹 TD증권 외환전략부장은 "우리는 이제 전 세계가 통화강세를 유지해 인플레이션 영향을 상쇄하려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기준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3.75를 찍었다. 20여년 만의 최고치다. 당일 미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린 뒤, 연내 계속 0.5%포인트씩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빅스텝'을 예고하면서 발생한 환율 발작이다. 맥코믹 부장은 "한때 (수출 촉진을 위해) 달러강세를 용인했던 각국 중앙은행은 최근의 달러 급등세에 대해서는 Fed와 통화긴축 속도를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달러화 급등으로 유로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계속 하락하자 유럽중앙은행(ECB)에선 주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들까지 금리 인상(통화긴축)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유로화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가치가 7% 가량 폭락했다.
ECB 외에도 스위스,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역환율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를 '역환율전쟁 시대'로 규정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의 경우 자국 통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1% 하락하는 것을 상쇄하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0.1%포인트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들에는 달러 강세가 더 큰 악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라이더는 "달러화로 표시된 국채, 회사채가 많은 신흥국들에는 최근의 달러 강세가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주춤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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