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의 주연을 맡은 배우 구교환(40)은 온라인 인터뷰 시작과 함께 이같이 말했다.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고고학자이자 오컬트 잡지 '월간 괴담'을 운영하며 유튜브를 하는 정기훈 역에 빙의된 채 말이다. 상대역 천재 문양 해독가 이수진을 연기한 신현빈(36)과는 '개그 듀오'라 불릴 만큼 죽이 척척 맞았다. 구교환은 신현빈을 "예전부터 함께 작업했던 친구 같았다"고 했고, 신현빈은 "지칠 때 서로 에너지를 끌어올려 준 사이"라고 언급했다.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로 연상호, 류용재 작가가 극본을 쓰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4월 29일 전 시리즈가 공개된 이 작품은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휘말린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 기이한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져 이목을 끌고 있다.
신현빈은 "오컬트라는 장르 속에서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다"며 "장건재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했고, 연출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생겼다. 구교환을 비롯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구교환은 영화 '반도'(2020)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 세계관을 담은 작품에 다시 출연하게 됐다. 그는 연 감독에게 처음 들은 이야기에 대해 "잘 부탁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좋은 디렉션이지 않나 싶어요. 잘 부탁하셨으니 잘해야겠지? 라는 생각을 했죠. 제가 자꾸 차에서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차에 타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출연했습니다. (하하)"
그는 연 감독에 대해 "멋을 안 부려도 멋지다"며 "담백하고 유머러스하고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 호감이 가는 분"이라며 팬임을 자청했다.
신현빈은 '연니버스' 작품에 출연한 것에 대해 "'연니버스'라고 인식하진 않았으나 연 감독의 작품을 되게 많이 봤더라"라며 "얼떨결에 들어왔는데 현실에서 경험해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주셔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완성된 '괴이'를 본 소감에 대해 신현빈은 "구교환과 떨어져서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함께 있는 신에서도 따로 연기하고 모니터로 본 것도 있었고. 함께 촬영하지 않은 이외의 부분까지 볼 수 있어 재밌었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 작품의 시작을 '멜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라는 점에 주목했다.
구교환은 "오컬트는 장르적 카테고리일 뿐 기훈과 수진의 드라마라 생각했고 관계에 더 집중했다. 또 진양군까지 함께한 석희(김지영)과의 동병상련 관계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신현빈은 "멜로적 부분이 있다. 연애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멜로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사람 사이 감정의 밀도들이 주는 것도 멜로"라며 "부부와 가족 사이의 이야기도 충분히 멜로적 설정이라 생각한다. '괴이'는 어떤 장르라 정의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거들었다.
구교환은 영화 '꿈의 제인', '메기' 등 2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독립영화계의 아이돌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로 상업영화 데뷔를 치른 후 '모가디슈',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D.P.'에 연달아 출연하며 대세 배우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D.P.'를 끝내고 얼마 되지 않아 시나리오를 받았다. 고고학자란 모습이 존재할까? 각자의 직업에 과연 형태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앞집, 옆집 혹은 아래층에 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함께하는 이웃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신현빈은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너를 닮은 사람'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괴이'의 이수진은 아이를 잃고 살아가는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이었다.
"아이를 잃으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혼란스러운 사건을 겪게 되지만 그 사건으로 수진이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고 생각했죠. 인생의 지옥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겪은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죠."
수진은 '귀불'의 눈을 본 뒤 과거 딸의 사고 현장에 갇혀버린다. 신현빈은 그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해 호평받고 있다. 그는 "계속 울면 육체적으로도 지친다"고 털어놨다.
"쉽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묘하게 그 상황에 들어가 촬영하다 보면 연기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딸 역할을 해 준 박소이 배우에게 어떤 힘이 있었습니다.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슛만 들어가면 눈물이 나와요. 오히려 그런 과한 감정들은 걷어냈죠."
'괴이' 속 빌런인 괴불이 기대보다 쉽게 처치되어 '힘이 다소 빠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저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작품을 만들면 그건 관객이나 시청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의 판단에 맡겼다.
그러면서도 "극 전체로서 그런 분위기일 수 있지만 정기훈으로서는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했기에 알찬 엔딩이 아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신현빈은 "이야기가 확장되어 나갈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주며 끝을 냈고,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가 생기는 엔딩"이라고 했다. 이어 "단단해진 두 사람이 또 어떤 사건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함께해 나가면 시너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이어 차기작과 관련해 "그동안 괴롭고 힘들어하는 캐릭터들을 보며 보듬고 싶었고, 그런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했다"며 "아마 다음 작품은 괴로움이 덜 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구교환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와 연출을 병행할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 '[2x9HD]'에 놀러와 주세요. 최근 '대리운전 브이로그'라는 단편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도 했죠. 시나리오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많이 부족해서 잘 보이지 않는데 곧 티가 나도록 노력할게요. 제 작품으로도 인터뷰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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