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후세대가 기억할 인도주의

입력 2022-05-09 18:01   수정 2022-05-10 08:09

세계적인 석학이자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지난 2월 영국의 한 언론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에서 이미 패배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썼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패배했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지속될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은 어두운 시대가 끝나고 다음 세대에 전할 이야기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며 이 이야기들이 바로 역사가 되고 그 힘은 탱크보다 강하다”고 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내버려 두면, 그 대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된다. 그것을 좌시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유발 하라리는 무력 충돌 중에 만들어지는 이야기와 그 속에서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승리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결과에 주목하기보다 과정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위협받는 우크라이나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이를 도우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와 역사는 후세대에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전쟁의 참혹성과 이에 대응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것이다.

장기화하는 무력 충돌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보호돼야 할 병원과 주거시설이 파괴되고 그 안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민간인이 죽음을 맞이했다.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약속한 제네바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인류애와 국제사회의 인도적 노력들이 전쟁 이재민과 피란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유엔과 함께 무력 충돌의 포화 속에서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울러 전 세계 192개국의 적십자운동 네트워크는 우크라이나적십자사를 중심으로 긴급구호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한화 100억원을 목표로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 모금 캠페인을 벌여 61억여원의 기부금을 모집했다.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인도적 위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5월 말까지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긴급지원 성금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의 관심과 작은 실천은 무력 충돌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가 절망에서 희망으로 갈 수 있는 따뜻한 인도주의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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