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은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3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조 부회장이 입사하기 직전인 2014년 2월 말 3만원 수준에서 주가가 7배가량 뛰었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3417억원에서 2조6864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솔케미칼의 주요 생산품은 반도체를 깎거나(식각) 세척할 때 쓰는 과산화수소 등으로 2009~2013년 영업이익은 연간 200억~280억원 수준이었다. 고(故)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손녀인 조 부회장이 2014년 기획실장으로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조 부회장은 취임 이후 유망한 기업은 재빠르게 인수하고 부실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2016년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전자소재용 테이프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테이팩스를 126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듬해 테이팩스의 기업공개(IPO) 작업도 주도했다. 테이팩스는 이날 시가총액이 3958억원으로 2017년 10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1085억원)과 비교해 3배가량 불었다.
비주력 사업을 수술대에 올리는 작업에도 관여했다. 실적이 나빠지는 자회사 한솔씨앤피(현 자안바이오) 지분 50.08%를 2020년 240억원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실리콘 음극재 생산량을 현재 연간 750t 수준에서 2023년까지 15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업 재편의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한솔케미칼은 2019년 영업이익 1114억원을 거둬 1980년 출범한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519억원, 19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212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1978년생인 조 부회장은 미국 웰즐리대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와 빅토리아시크릿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재계에서도 조 부회장의 경영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汎)삼성가 4세 가운데 여성 기업인으로서 회사 실적 향상에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한솔케미칼이 조 부회장 주도로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