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부동산 사업가 A씨로부터 30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기부받았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이름을 밝히는 것을 포함해 기부약정식 행사 등을 사양했다. A씨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상의 돈이 쌓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있었다”며 “젊은 나이에 기부하게 돼 이제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부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AIST를 기부처로 정한 배경엔 이 학교 출신 기업가 지인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KAIST가 에너지가 넘치면서 순수한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번 기부가 KAIST의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결합해 국가발전뿐 아니라 인류사회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창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이렇게 큰 돈이 내게 온 것은 그 사용처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한 하늘의 배려라고 생각되는데 이 책임을 KAIST에 떠넘기게 돼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50대의 젊은 나이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큰 결단을 내려주신 기부자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 및 의과학·바이오 분야의 연구 지원금으로 이번 기부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A씨의 이번 기부는 KAIST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익명 기부다. KAIST는 다른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35억원을 기부받았다. 역대 최고액 기부는 2020년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의 766억원이다. 또 KAIST는 △고(故) 류근철 박사(578억원)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515억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500억원) 등으로부터 기부받았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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