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과반 의석의 거대 야당이 정치적 책략과 방탄 전략을 앞세워 인사청문회를 파행시킨 탓에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국무위원 10명) 확보조차 만만치 않다. 초대 총리 임명이 무산돼 총리대행 체제도 불가피해졌다. 장관 공석에 따른 ‘반쪽 내각’을 넘어 차관이 장관을 대리하는 초유의 ‘차관 내각’ 구성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당선 직후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일성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시작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나 물러가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거의 50 대 50으로 엇비슷하다. 정권 초 새 대통령에 대한 허니문 제공이나 옛 대통령의 친절한 안내 같은 것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처럼 여야는 여전히 격돌 중이다. 여기에 민주당의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씨가 때 이르게 정치에 복귀하면서 지지층을 다시 규합하고 있다. 자칫 내전과도 같은 비상사태를 초래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의 갈등이 임계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검수완박 사태에서 보듯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정치판은 최소한의 상식과 염치가 실종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수출로 근근이 버티던 경제에도 삼각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중고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가 어디로 튈지 종잡기 힘들다. 버팀목이던 무역수지도 큰 폭 적자로 반전하고 ‘경제 뇌관’ 가계부채는 시한폭탄 수준이다. 유사시 보루여야 할 나라 곳간에도 싱크홀처럼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윤 정부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과 국익만 보고 가기를 당부한다. 안팎의 어려움이 결코 작지 않겠지만 대한민국 지도자로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책무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허물고 부숴버린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회복하고 본인의 공약대로 상식과 공정이 살아 숨쉬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 위대한 국민들이 열정과 도전, 창의와 상상력으로 세계시장을 누비고 글로벌 무대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이후 74년간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부단하게 전진해 왔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이 윤 대통령의 용기와 리더십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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