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선거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
9일 현지 ABS-CBN 방송은 오후 8시32분 기준으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1754만표를 얻어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의 831만표를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개표율이 53.5%인 상황에서 두 후보 득표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진 것으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마르코스 후보의 아버지는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 집권한 독재자로 악명이 높다.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 명의 반대파를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했다.
1986년 시민들이 '피플 파워'를 일으켜 항거하자 하야했고, 하와이로 망명한 뒤 1989년 사망했다.
아버지 사망 후 1990년대 필리핀으로 돌아온 마르코스 후보는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마르코스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독재자 가문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뒤 36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되는 셈이다.
한편, 부통령은 마르코스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다바오 시장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사라 후보는 1715만표를 얻어 경쟁자인 프란시스 팡길리난 상원의원(527만표)을 3배 넘는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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