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스타트업만 8번째 투자…GS리테일은 왜 '멍냥'에 꽂혔나

입력 2022-05-10 11:36   수정 2022-05-11 17:21



편의점 GS25와 홈쇼핑 GS샵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펫(반려동물) 사랑이 뜨겁다. GS리테일은 동물병원 경영지원회사 아이엠디티에 25억원 규모로 초기 투자(시리즈 A)를 진행했다. 반려동물 스타트업에만 여덟번째 투자다.

GS리테일은 그동안 사료부터 반려동물 쇼핑몰, 스마트기기, 펫시터 예약 서비스, 장례사업까지 '펫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투자를 진행했다. 이번 투자로 비어있던 동물병원 시장의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동물병원 경영지원 시장 진출

1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엠디티는 GS리테일, IMM 프라이빗에쿼티(PE),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총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완료했다. 이중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GS리테일이 25억원을 투자해 아이엠디티의 지분 4.3%를 확보하게 됐다.

아이엠디티는 국내 최초 동물병원 경영지원 브랜드 ‘벳 아너스’의 운영사다. 현재 전국 57개 동물병원에 노무·세무부터 브랜딩, 학술지원, 고객서비스(CS)를 제공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다.

그동안 반려동물 시장은 동물 의료데이터 확보가 관건이었다. 동물병원 전자의료기록(EMR) 데이터에는 의료정보뿐만 아니라 사료나 사용 중인 용품 데이터까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2027년까지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 속에도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통합적인 맞춤형 서비스 개발 속도는 더뎠다.

동물병원 데이터 활용하면 펫보험도 가능
아이엠디티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클라우드 기반 동물병원 EMR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신규 EMR 시스템과 연동된 보호자용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할 예정이다. 반려동물의 질병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상품 및 보험 추천도 가능하게 된다.

서상혁 아이엠디티 대표는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의료 데이터가 모이는 유일한 곳”이라며 “수의사와 반려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동물병원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GS 리테일의 이성화 신사업부문장(상무)은 “아이엠디티가 추진하는 EMR 시스템은 동물병원이 가진 데이터를 활용하면 펫서비스 시장이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펫 시장을 보라" 총수의 말 한마디
GS리테일은 스타트업 투자로 기존 유통사업과의 시너지를 내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기업 벤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GS리테일의 펫 산업 투자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S홈쇼핑을 이끌던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원 회의에서 여러 차례 “펫 시장을 보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GS홈쇼핑 벤처네트워크인 'GWG' 행사에 펫 스타트업 10여곳이 초청됐다.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1위 펫프렌즈를 지난해 7월 GS리테일에 매각한 김창원 창업가도 그때 초청받은 한 명이다.
반려동물 쇼핑몰 양대산맥, 아예 인수


GS리테일(합병 전 GS홈쇼핑)의 CVC(기업벤처투자) 조직은 2018년 ‘펫산업 가치사슬 지도’를 그렸다. 심사역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반려동물 생애주기별 스타트업을 하나하나 만났다.

그렇게 투자로 이어진 곳들이 펫시터 예약 서비스 '도그메이트', 자연식 강아지 사료 '펫픽', 스마트 급수기 제조사 바램시스템,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이다.

반려동물 쇼핑몰 1위 펫프렌즈는 GS홈쇼핑이 2017년 첫 투자를 했다가 아예 인수한 경우다. 펫프렌즈는 지난해 7월 IMM PE와 GS리테일에 지분 95%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설립 6년 차 만에 기업가치 1500억원을 평가받았다.

2018년 GS리테일 자회사가 된 어바웃펫은 작년 말 반려동물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펫띵'(더식스데이)을 인수했다. 최근엔 네이버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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