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반토막"…200억달러 국산 코인 '루나'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5-10 17:00   수정 2022-05-11 10:30

시가총액이 200억달러에 달했던 국산 코인 ‘루나’가 하루 아침에 반토막났다. 루나는 2019년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티켓몬스터 창업자인 신현성 이사회 의장이 개발한 지 2년 만에 세계 코인 시가총액 8위에 오르며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미국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서 그 가치를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뒷받침하던 상품 구조가 결국 ‘폰지사기’에 불과했던 것 아니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0일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루나 가격은 32달러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48.1% 급락했다. 이날 한 때 24달러까지 추락하며 전일 시가총액(220억달러)의 절반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전반적으로 10% 이상 떨어졌지만 루나의 하락폭은 유독 컸다.

루나는 달러와 1대 1 교환이 가능하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가치를 고정시키기 위해 개발된 코인이다.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은 현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설령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투자자들은 미리 마련해둔 준비금을 통해 자신의 투자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데 테라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달러보다 1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테라 보유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팔아 1달러어치의 루나를 받아갈 수 있다. 일시적으로 1달러의 가치가 1테라보다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루나를 받아간 투자자들은 이익을 본다. 이들이 시장에서 테라를 사들이면 테라의 가격도 올라가면서 1달러에 맞춰지는 구조다.

업계에선 별도 지불준비금 없이 자체 발행한 루나를 통해 가치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폰지사기’라는 비판이 잇달아 제기돼왔다. 최근 암호화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루나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됐다. 테라의 가치가 달러보다 떨어졌을 때 루나를 더 발행하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가치를 유지하는데,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면 더 많은 루나를 찍어내야 한다. 루나를 찍어내는 것만으로 더 이상 테라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자 테라 가치는 이날 한 때 0.68달러까지 떨어졌다.

디파이 ‘앵커 프로토콜’의 존재가 문제의 핵심이란 지적도 나온다. 테라폼랩스가 운영하는 앵커 프로토콜은 투자자가 루나를 맡기면 연 20%의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는 디파이 서비스다. 투자자가 맡긴 루나 시가의 60%까지 테라를 대출받아 이를 앵커 프로토콜에 재투자하면서 연 20%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높은 수익률을 보고 투자자들이 루나를 대거 사들이면서 루나의 가치가 뛰었고, 테라의 규모 역시 급성장했다. 이 앵커 프로토콜에 맡겨진 테라가 전체 테라 발행물량의 60%를 넘어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테라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앵커 프로토콜에 맡긴 루나를 서둘러 빼내어 투매했고, 루나의 가치 폭락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테라폼랩스가 루나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테라의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며 “지금처럼 암호화폐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테라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면 루나는 더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테라폼랩스는 8만개의 비트코인을 홍콩 암호화폐거래소인 OKX에 송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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