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왕세자(73)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을 대신해 생애 처음으로 영국 의회에서 ‘여왕연설’을 낭독했다. 왕위가 점진적으로 찰스 왕세자에게 넘어간 역사적인 순간이란 평가가 잇따른다.
10일(현지시간) 찰스 왕세자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리로 영국 의회외 나와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읽었다. 그는 지난해까지 지근거리에서 여왕을 보좌했다. 올해는 부인 커밀라 파커 불스(콘월 공작 부인)와 아들 윌리엄 왕세손을 대동하고 의회 한가운데 앉았다.
올해 즉위 7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장기집권하며 1948년생인 찰스 왕세자는 왕위 계승 서열 1위에만 머물렀다. 영국 왕실에서는 여왕이 평생 나라에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하며 양위가능성을 줄곧 일축해왔다. 실제 여왕은 고령을 이유로 소소한 역할은 다른 왕실 일가에 맡겼지만 주요 공무는 스스로 수행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정부의 주요 법안 계획을 발표하는 여왕연설에 불참한 것은 이번을 제외하고 재임기간 70년 중 두 차례뿐이었다. 올해 1963년 이후 59년만에 불참했다. 과거 여왕을 대행한 건 왕실 일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었다.
2019년부터는 마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고 왕관을 쓰지 않고 평상복을 입는 등 행사 과정을 간소화했다. 지난해 가을 여왕이 병원에 하루 입원한 뒤로는 대외 활동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 3월 남편 필립공 추도 예배에는 참석했지만 그 밖의 공식적인 행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향후 여왕이 군주 자리를 지키지만 뒤로 물러나고 왕세자가 섭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왕실 관계자는 9일 “(여왕이) 가끔 있는 거동 불편 문제로 인해 의사와 상의 후 마지못해 (여왕연설)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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