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는 "과학기술인이 피땀 흘려 일군 소중한 산업재산권을 보호하려면 전문가인 변리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21대 국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원들께서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11일 성명을 냈다.
과학기술계와 중소벤처업계의 20년 염원이 담긴 이 법 개정안은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으나, 9일 전체회의에서는 통과가 보류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민주당에 의해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과총은 "세계는 특허를 중심으로 치열한 산업재산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산업재산권은 발명가의 연구 결과에 대한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출원수 기준) 세계 4위 특허 강국이지만 선진국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 대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은 기술패권 시대 기업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허 소송은 권리 범위를 확인하거나 유·무효를 판단하는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침해금지, 손해배상 등)으로 나뉜다. 관할 법원이 갈릴 뿐 소송의 쟁점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나 행정소송엔 변리사 대리가 가능하지만, 민사소송은 불가능하다. 변호사의 조력자로만 활동할 수 있을 뿐이다. 변리사법 개정안이 대부분 법조인들로 구성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다. 산자중기위 역시 "어차피 법사위를 통과 못 한다"며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과총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융·복합돼 특허 침해소송이 굉장히 복잡해지고 있다"며 "변리사에게 특허침해 소송 대리권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개의 특허를 구성하는 청구 항목은 많게는 수십 개인데, 조항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배경을 과학기술 비전공자가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중국에선 변리사 단독 대리가 가능하다. 일본은 변호사와 공동 대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변리사와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춰야 하지만 과학기술을 전공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
벤처기업협회(회장 강삼권 포인트모바일 대표) 역시 성명을 냈다. 협회는 "기술패권 시대를 살아가는 벤처기업의 무기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특허"라며 "오직 특허를 무기로만 글로벌 무대에서 무한 경쟁을 할 수 있으며, 특허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변호사만으론 최신 기술에 대한 특허 분쟁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협회는 "변리사를 보유한 대형 로펌이 아니면 특허 소송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벤처기업들은 늘어나는 비용과 기간을 감당하지 못해 특허 소송을 대개 포기하고 만다"며 "변리사 공동 대리는 소송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기업의 소송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와 기업을 위해 국회와 (윤석열) 정부는 '특허 침해소송 변호사 단독 대리'라는 구시대적 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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