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그린 다이얼의 계절[정희경의 시계탐구⑪]

입력 2022-05-11 15:32  

이 기사는 05월 11일 15: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은 패션 시계 브랜드가 아닌 고가의 기계식 시계도 점점 패셔너블해지고 있습니다. 소재와 표면처리 방식이 발달하면서 다이얼부터 케이스, 스트랩까지 다채로운 색상을 적용하는 겁니다. 특히 시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다이얼은 흰색, 검정색 일색에서 파란색과 회색을 거쳐 이제는 녹색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녹색 시계의 인기가 높아졌는데요, 2022년 관심을 가질 만한 개성 있는 녹색 시계들을 골라봤습니다.


1. 가장 고가를 기록할 녹색 시계

파텍 필립은 작년부터 노틸러스, 아쿠아넛, 트웬티포 등 엔트리급 시계에 녹색 다이얼을 적용한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는 월드타이머,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에도 적용하고 있는데 그 중 5270T-010 시계는 아마 녹색 다이얼을 가진 시계 중 가장 고가를 기록할 것이다.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원래도 2억~3억 원 정도로 고가인데 케이스가 독특하게도 티타늄 소재로 제작됐다. 티타늄은 스틸 수준의 가격대로 일반적으로 플래티넘이나 골드 등 귀금속 소재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파텍 필립에서만은 다르다. 티타늄 소재로 된 시계를 거의 만들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가 엄청나다. 이미 2013년과 2017년 온리워치 경매를 위해 만들었던 티타늄 소재 시계들은 기존 시계의 몇 곱절에 달하는 40억~80억 원의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시계 또한 어린이를 돕는 자선단체인 칠드런 액트(Children Act)를 후원하는 경매를 위해 단 하나만 만들어졌고 티타늄 케이스는 물론, 5270 모델에서는 처음으로 에메랄드 그린 다이얼을 적용했으며 케이스백에 'Children Act 2022'를 각인해놨다. 시계는 2022년 11월 7일 필립스 제네바에서 경매에 올려질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

2. 녹색의 아름다움으로 채운 다이얼

H.모저 앤 씨는 국내에는 매장을 두고 있지 않지만 수입처를 통해 구입한 가능한 스위스 시계 제조사다. IWC의 설립자인 플로렌틴아리스토 존스가 스위스 샤프하우젠에 터를 잡은 이유가 H. 모저 앤 씨의 모테가 되는 하인리히 모저덕분이라는 일화에서 볼 수 있듯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기도 하다. 최근 시계업계에 유행한 그라데이션 다이얼을 먼저 적용한 브랜드이기도 하고 로고, 숫자 인덱스, 눈금 등 표식을 모두 제거한 심플한 다이얼로도 유명하다.


녹색 다이얼도 진작에 소개했는데 2022년 소개한 인데버 센트럴 세컨즈 콘셉트 라임 그린 시계는 평범한 녹색을 탈피했다. 골드 다이얼판 위에 오톨도톨하게 표면 처리를 한 후 그랑 푀 에나멜로 마감했다. 에나멜을 도포하고 구워내는 작업만 12번을 거쳤다. 덕분에 오묘하고 신비로운 녹색 다이얼이 완성됐다. 가격은 2만5000스위스프랑.

3. 예술과 기술의 만남

피아제는 주얼리와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에 색상을 잘 부여하는 브랜드 중 하나. 그야말로 예술과 기술이 만난 시계에도 초록을 입혔다. 왼쪽의 라임라이트 갈라 프레셔스 시계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녹색빛을 내는 차보라이트, 줄무늬가 있는 말라카이트로 장식한 시계다. 오른쪽 알티플라노 뚜르비용 시계는 방사형으로 퍼지는 문양 위에 녹색 에나멜로 마감해 2시 방향 투르비용이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4. 골드로 탄생한 문워치

오메가의 문워치는 주로 스틸 소재로만 제작됐다. 2022년에는 4가지 골드 모델을 출시했는데 그 중 2개가 녹색 다이얼과 베젤을 가진 모델이었다. 은, 구리 외에 팔라듐을 조합해 오랜 시간 변색이 덜하도록 오메가가 자체 개발한 18K 문샤인TM 골드 소재로 제작했고 층을 이룬 그린 PVD 다이얼과 함께 타키미터 눈금을 얹은 그린색 세라믹 베젤링을 얹었다. 가격은 4500만원.



5. 환경에 기여하는 소재

시계업계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제작에 관심이 높다. 파네라이는 몇 년 전부터 다이얼, 케이스, 야광 도료 등에 재활용·재생 소재를 사용한 시계를 소개하고 있다. 98.6% 재활용 티타늄 소재로 만든 섭머저블 이랩-아이디(eLab-ID)부터 58.4% 재활용 스틸을 사용한 이스틸 루미노르 마리나에 이어 2022년 소개한 섭머저블 콰란타콰트로 이스틸TM 베르드 스메랄도 시계가 그 예다. 케이스와 다이얼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새로운 합금, 이스틸을 사용했고 스트랩도 재활용 페트병을 사용해 만들었다. 올해는 다이얼과 베젤, 스트랩 모두 녹색을 적용한 시계를 소개했고 특히 베젤은 파네라이 최초로 유광 마감한 세라믹 베젤을 사용했다. 가격은 1375만원.



6. 70년 역사를 새롭게 잇는 시계

1952년 윌리 브라이틀링은 비행기 조종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비행 계산이 가능하도록 회전 슬라이드 룰을 얹은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개발했다. 2년 후 그 시계는 항공기 소유주와 조종사 협회(AOPA·Aircraft Owners and Pilots Association)의 공식 시계가 됐고 내비게이션과 타이머를 결합한 내비타이머란 이름으로 오랜 기간 항공업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2022년 시계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면서 12시 방향에 AOPA 날개 표식을 얹은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46을 다시 소개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블루, 그린, 코퍼 컬러를 추가했고 특히 그린 컬러는 기존 내비타이머에서 볼 수 없었던 색상이다. 가격은 1192만원.


7. 자동차 업계와 협업

시계업계에서는 자동차, 항공, 패션, 예술가 등 다른 업계와 협업한 시계들을 종종 특별한 한정판으로 내놓고 있는데 IWC는 메르세데스-AMG F1 팀과 협업으로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41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 에디션 시계를 소개했다. 티타늄 케이스와 기존 IWC 시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녹색의 표식과 시곗바늘, 스트랩이 돋보이는 이 시계는 온라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로저 드뷔는 람보르기니와 협업하고 있는데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우라칸 ST EVO 2 블랙 SMC 카본 시계는 X자 형의 다이얼, 12도 기울어진 밸런스 휠, 로터 등의 형태가 람보르기니 자동차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오렌지와 올리브 그린이 조화를 이룬 시계다. 가격은 미정.



정희경

<노블레스>, <마담휘가로> 등의 잡지에서 기자, 부편집장을 지냈고 타임포럼 대표를 거쳐 현재 매뉴얼세븐 대표를 맡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여러 시계업체의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2015년부터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아카데미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the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eve)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경 CFO Insight에 연재하는 문제들은 곧 출간할 <시계지식탐구>에서 발췌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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