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르헨티나 소금호수를 비롯해 전세계 전략광물을 싹쓸이하는 중이다. 포스코그룹도 맞불을 놓기로 했다. 2030년까지 25조원을 들여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전략광물과 양극재·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2차전지 광물·화합물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에 맞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이경섭 포스코홀딩스 2차전지소재사업추진단장(전무)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2차전지 사업에 25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무는 2차전지 사업과 관련한 그룹 전체의 전략을 짜고 있다. 2012년 양극재 합작사인 포스코ESM(현 포스코케미칼)을 세우면서 2차전지 사업에 참여한 포스코그룹은 현재 양극재·음극재는 물론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흑연을 조달할 수 있는 2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구축했다. 45명이 몸담은 2차전지소재사업추진단을 이끄는 이 단장은 리튬을 비롯한 광물 확보와 양극재·음극재 등 생산설비 확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관련 투자의 하나로 인조 흑연 음극재 공장을 미국에 신설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3000억~4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과 브라질 니켈 설비 투자도 추진한다. 대만 배터리업체의 지분 투자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전무는 “중국이 리튬 등 2차전지용 광물 시장을 싹쓸이하는 등 각국이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도 호주 리튬광산 5~6곳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25조원을 투자해 2030년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 매출 41조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9조238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2030년 2차전지 소재 생산능력은 양극재 60만5000t, 음극재 32만2000t, 리튬 30만t으로 정했다. 이 전무는 “2차전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허황된 계획이 아니다”며 “최근까지 반도체, 조선, 화학이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면 앞으로 10~20년 동안은 2차전지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2차전지소재 사업의 ‘속도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이 단장에게 “늦으면 안 된다”며 신속한 사업 전개를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자금력을 갖춘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어서다. 그는 “중국은 10년 전부터 호주 아프리카 인도네시아의 전략 광물과 음극재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핵심 원자재인 리튬 광산·소금호수 매물이 말라붙은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나 주가도 재평가받을 것으로 포스코그룹은 예상하고 있다. 이 단장은 “철강업체로 분류되는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24조원)은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12조8175억원)의 두 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2차전지소재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통상 EBITDA의 10~20배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2차전지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클 것이라는 뜻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이 단장은 “중국 정부는 2차전지 사업에 외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2차전지 기업이 해외에서 통상 문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른 나라와 통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2차전지 사업도 주요 의제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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