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이었다. ‘프로 골퍼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의 무대이자 전 세계 아마추어들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꿈의 구장’이 한국 골프장만도 못하다니…. 이어지는 조 기자의 설명. “미국 기자들도 그러더군요. 오거스타GC보다 좋은 골프장은 수두룩하다고. 화면이 아니라 두 눈으로 오거스타GC의 민낯을 보니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든 의문. “그럼 대체 어떤 소프트웨어를 썼길래 이 정도 하드웨어를 갖춘 골프장이 세계 최고가 됐을까.” 골프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답변은 대체로 비슷했다.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등 역대 최고 골퍼들의 숨결이 깃든 골프장이란 ‘스토리’와 당장의 돈벌이를 위해 골프 팬을 팔지 않는다는 ‘신뢰’가 오거스타GC를 명품 브랜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다. 1934년 제1회 마스터스 대회를 열 때만 해도 오거스타GC는 넉넉하지 않았다. 대공황 탓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명문이 되려면 얘깃거리가 많아야 한다”며 대회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골프협회가 아니라 골프장이 주최하는 대회이자, 여러 골프장을 돌지 않고 딱 한 곳에서만 개최하는 유일한 대회가 됐다. 88년이 흐른 지금, 오거스타GC의 모든 홀은 ‘골프 명인’들의 진기명기로 가득 차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골프장 곳곳에 광고판을 내걸면 두둑하게 챙길 수 있지만, TV 화면엔 시퍼런 잔디만 내보낸다. 방송중계권을 입찰에 부치면 매년 1억달러 넘게 벌 수 있는데도 헐값에 CBS에 준다. 단,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품격 있게 중계할 것, 그리고 중간광고는 4분 이내로 할 것. 골프 시청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니 골프 팬은 더 열광한다.
결국 오거스타GC를 명품으로 만든 건 소프트웨어였다는 얘기다. ‘하드웨어 최강국’인 우리나라에 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폴린 브라운 전 LVMH 북미 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사고싶게 만드는 것들》에서 “고객의 85%는 품질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 때문에 상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오거스타GC가 보여준 ‘소프트파워’에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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