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심리가 식자 공모주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공모주 활황에 물밀듯이 자금이 쏠렸던 작년과 상황이 정반대다. 최근 1년 새 공모주펀드에서만 1조원 가량의 자금이 유출됐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펀드에서 최근 1년 간(11일 장마감 기준) 1조603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에선 2214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유출세다.
1년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작년 한 해 동안 공모주펀드는 설정액이 3조4414억원이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공모금액만 조(兆)단위가 넘는 공모주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섰기 때문이다. 작년 6월부터 공모주 중복청약이 불가능해져 억대의 증거금을 넣고도 몇 주밖에 못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수요예측을 통해 비교적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는 공모주펀드에 가입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대형 IPO 전후엔 공모주펀드에 한꺼번에 자금이 들어오면서 자산운용사가 수익률 방어를 위해 가입을 일시 중단했을 정도였다.
작년 말 6조5484억원에 달했던 공모주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5조7999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부터 시작해서 최근 SK쉴더스와 원스토어까지 올해 IPO에 나설 예정이었던 종목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이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매겼다며 외면한 탓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상황이라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더라도 갈 곳 없는 돈이 몰리며 상장에 성공할 수 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진행중인 까닭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있으면 공모가를 보지 않아도 살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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