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 후보자의 입에서 아리송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여가부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시한부 장관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가부를 폐지하는 게 아닌 사실상 개편을 해야한다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자리 욕심이 있어보이는 김 후보자였다. 그러나 이날 김후보자의 태도는 그렇지 못했다. 청문회에서 검증은 실종됐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를 일관되게 ‘뭉갰다’. 후보자 차남의 병역기피 의혹이 대표적이다. 차남 병역판정 신체검사 관련 자료 요구에 대해 “자녀가 병명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시간을 끌다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해명했다더니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병적기록표를 제출했다. 정 곤란했다면 미리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면 될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선 가족의 범죄·수사경력에 대한 자료를 4월 말부터 요구했지만 해당사항 없다고 답변하다 뒤늦게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법무부에서 당사자 이름으로 관련 기록을 요청했으면 될 일이다. 김 후보자는 요구받은 자료에 대해 청문회까지 성실히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여당인 이양수 의원마저 “자료제출에 흠결이 있다”며 “후보자도 사과해야 하고 여가부 직원들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곧 해체되는 부처에 ‘바지사장’으로 간 것이 아니라면 자료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게 내야 한다. 인사청문회쯤이야 무시해도 장관이 되리라 기대하는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장관은 국가를 운영할 유능함과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나설 도덕성을 갖춘 십여 명의 당대 최고 지성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감당해야 할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 불편하고 사적인 부분은 모조리 “개인정보입니다” “추후 성실히 답하겠습니다” 쯤으로 뭉갤 생각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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