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우주로 다시 향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의 전망이다. 12일 대전 집무실에서 만난 이 원장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재사용 로켓 ‘슈퍼헤비’를 예로 들었다.
슈퍼헤비는 우주선 ‘스타십’의 발사용 로켓이다. 연료로 액체메탄,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쓰는 차세대 엔진 ‘랩터’를 30여 개 장착한다. 멀린1D 엔진을 쓰는 재사용 로켓 ‘팰컨9’보다 훨씬 진화한 버전이다. 세계적 군수업체 록히드마틴과 항공사 보잉이 손잡고 야심차게 출범했던 로켓 개발 기업 ULA가 슈퍼헤비 때문에 ‘문을 닫을 판’이라는 시쳇말이 나올 정도다.
이 원장은 “이제 우주 개발은 할지 말지를 고민할 시기가 아니라 총력을 기울여야 할 국가 과제가 됐다”며 “모든 걸 잘할 순 없으니, 어떤 부분에서 빨리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우연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발사 비용을 낮추려면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주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팰컨9을 세 개 묶은 재사용 발사체 팰컨헤비의 ㎏당 발사비용은 1680달러(약 214만원)다. 반면 ‘한 번 쓰고 버리는’ 누리호의 탑재체 ㎏당 환산 발사비용은 3만2595달러(약 4165만원)로 무려 20배에 이른다.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항우연은 누리호 후속 모델인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할 계획을 확정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달 탐사선 자력 발사 등에 사용될 차세대발사체는 100t 엔진 5기로 1단, 10t 엔진 2기로 2단을 구성한다.
이 원장은 “내년부터 예정된 네 번의 누리호 후속 발사는 민간 기업이 총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공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을 맡겨 기업들이 발사체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총괄 기업 후보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 곳이 꼽힌다.
다음달 누리호 2차 발사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많이 긴장된다”고 했다. 지상 시험이 아무리 완벽해도 발사대를 떠난 이후엔 어떤 변수가 생길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더미(모사) 위성을 실었던 지난해 10월 초도비행과 달리 2차 발사에선 실제 위성 여러 개를 싣고 우주로 향한다. AP위성이 제작한 성능검증 위성 1기와 이 안에 채워 넣을 초소형 위성 4기, 균형 유지용 더미위성 1기 등 총 6기다.
항공우주청 신설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 거버넌스 개편에 대해선 “하부 구조, 즉 숙련된 전문 우주 인력을 어떻게 배치하고 육성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장 좋은 기술이전 형태는 인력의 이동”이라며 “연구소에서 20~30년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 기업으로 옮길 수 있는 고용, 급여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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