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예산 편성권 국회 귀속’ 주장은 예산 편성·심의 개선을 위한 입법토론회라는 공개 행사에서 나왔다. 그는 나아가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에 귀속된 회계감사권까지 국회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살림의 기초인 예산에 대해 우리 헌법은 편성권은 정부, 심의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정부·입법부 각각의 고유한 기본권으로, 5개 조항에 걸쳐 자세하게 명문화돼 있다. 단순히 국회법 차원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같은 행사장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헌법을 고치기 전에라도 국회 차원에서 국회법을 개정하거나 관행적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까지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국가 예산에 대한 역할·권한·책무를 명시한 헌법과 상관없이 ‘예산권’을 휘둘러보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런 인식은 위험하다. 예산에 대해 편성·집행권과 심의·의결권을 행정부와 입법부에 나눠 놓은 것은 견제와 균형의 삼권 분립에 따른 것이다. 그것이 헌법의 취지다. 지난 2년간 입법 독주가 이 지경까지 달했다. 숱한 우려와 무수한 반대에도 끝내 ‘검수완박’을 몰아치더니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어떤 법, 어떤 규정이라도 다 된다는 빗나간 자신감이라도 가지게 된 건가.
기재부의 세수 오류에 대한 박 원내대표의 강한 질타와 책임추궁론도 어이가 없다. 윤 비대위원장은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여당 때 민주당이 기재부를 어떻게 몰아세우고 휘둘러왔는지 먼저 돌아보기 바란다.
거듭된 세수 오류로 엉터리 역량을 노출한 데 이어, 정권이 바뀌자마자 예산을 남용한 관제 고용의 문제점을 실토한 기재부 작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경제수장 부처이자 정부 기획팀을 속된 말로 개 부리듯 해온 게 자신들 아닌가. 국회를 장악한 제1당의 이런 처신을 어떻게 봐야 하나. 징역형이 확정되고, 제명된 ‘이상직·박완주 추문’은 다 뭔가. ‘내로남불’ ‘저급’이라는 비판이 들리지도 않나. 도대체 철이 없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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