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의장에게 정식으로 요청 드린다. 여야 합의가 안 된다면 인준안을 직권상정해달라”며 “박 의장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인준안 표결로 협치 의지를 보여달라”며 “더 이상의 국정 발목 잡기는 민주당에 독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 3일 마무리됐지만 인준안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여야 간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후보자의 로펌 고액 고문료 문제 등을 들어 당내에 인준 불가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하는 것처럼 비쳐 다음달 1일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한 후보자 인준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여당은 찬성을 전제로 처리해달라는 요청이지만 현재로선 당의 입장이 최종 정리되지 않아 이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법상 총리 인준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민주당 의석이 168석에 이르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인준안이 부결돼 임명이 무산될 수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민주당 내에는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 반대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첫 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여론은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인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목 잡기로 보일 수 있다는 미묘한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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