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예상보다 덜 둔화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발표된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가 강해지거나, 높아진 물가로 인해 소비가 줄어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일 오전 9시6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64포인트(0.76%) 하락한 2572.63에 거래되고 있다.
전장보다22.77포인트 낮은 2569.50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개장 직후 낙폭 축소를 시도했지만, 힘이 강하지 못한 모습이다.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21억원 어치 주식을 팔며 하락세를 주도 하고 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94억원 어치와 26억원 어치를 사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70억원 매수 우위다.
간밤 뉴욕증시도 4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따라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26.63포인트(1.02%) 떨어진 31,834.1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5.87포인트(1.65%) 밀린 3,935.1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3.43포인트(3.18%) 하락한 11,364.2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미 증시는 개장 전 발표된 4월 CPI가 예상치를 웃돈 영향으로 혼조세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장 초반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 주가를 짓눌렀고, 이후 높은 물가가 소비도 위축시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올라 전월 기록한 8.5% 상승보다는 낮아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8.1% 상승은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3% 상승으로 전달의 1.2% 상승보다는 둔화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보다는 높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하고, 전년 대비로는 6.2%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치인 전월 대비 0.4% 상승과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을 웃돌았다.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지표가 발표되자 국채금리가 요동쳤다. 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보여주는 2년물 금리는 치솟았고, 경기 전망을 담고 있는 10년물 금리는 장 초반 상승하며 3%를 돌파했다가 일부 상승분을 반납하고 2.92%대로 내려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높은 수준의 물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하락한 점은 부담”이라며 “높은 수준의 물가로 생활비가 부족해지면 팬데믹 시기 일상적으로 누리던 여유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에 팬데믹 수혜 업종이 하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서도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하는 가운데, 팬데믹 수혜주로 꼽힌 네이버(NAVER)와 카카오의 낙폭이 가장 크다. 삼성SDI와 LG화학도 1% 넘게 빠지는 중이다.
주요 업종 중에서는 전기가스업이 1% 넘게 상승하는 걸 제외하면 대체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화학, 은행, 비금속광물, 섬유·의복이 1% 넘게 내리는 중이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2.99포인트(1.5%) 내린 853.35를 기록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개인이 191억원 어치 주식을 사는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53억원 어치와 35억원 어치를 팔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HLB만 오르고 있다. 반면 펄어비스, 리노공업, CJ ENM, 카카오게임즈, 셀트리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천보, 에코프로비엠 등 대부분 종목이 2% 이상 하락 중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40원(0.58%) 오른 달러당 1282.7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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