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산을 싹쓸이하는 억만장자 블라디미르 포타닌(사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들과 재벌들이 서방의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으나, 포타닌만이 제재의 칼날을 피한 덕분에 어부지리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최측근인 러시아 억만장자 포타닌이 미국과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 국면에서도 수월하게 자산을 불리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포타닌이 핵심 산업용 원자재의 글로벌 시장을 주무르는 '금속왕'이라서 미국 주도의 제재망을 벗어날 수 있었고, 제재를 피한 덕분에 러시아를 떠나는 해외 기업들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타닌이 소유한 금융사 인터로스캐피털은 최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로부터 러시아 법인 로스뱅크를 인수했다. 앞서 미국 글로벌페이먼츠가 러시아 사업을 접으면서 내놓은 유나이티드카드서비스도 사들였다. 포타닌의 자산은 현재 336억달러(약 43조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포타닌이 전쟁 국면에서도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은 그가 글로벌 니켈 시장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베리아 광산기업 노릴스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니켈, 팔라듐 등의 주요 생산업체 가운데 한곳인 노릴스크와 포타닌을 건드릴 경우 원자재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러시아 중앙은행장은 "미국 재무부는 2018년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가 글로벌 시장에 대혼란이 촉발된 기억 때문에 포타닌을 제재 대상에서 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사이에 포타닌의 자산증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노릴스크는 전 세계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급 니켈의 15%를 생산하고 있다.
르네상스 캐피털에 따르면 팔라듐의 40%도 노릴스크가 도맡아 공급하고 있다. 두 금속은 자동차와 마이크로칩을 만드는 데 필수 원자재다. 개전 이후 니켈, 팔라듐 가격이 폭등하면서 노릴스크니켈은 시총이 33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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