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사회적 리스크(Social Risk), 파급효과와 시사점 [한신평의 Credit Insight]

입력 2022-05-13 16:05  

이 기사는 05월 13일 16: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의 경영진들은 환경(Environmental)이나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유독 그 범위 설정과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공교롭게도 사회적 이슈 관점에서의 리스크(이하 '사회적 리스크')가 2022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부각될 수 있는 협의의 사회적 리스크를 중점으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적 리스크(Social Risk)란?
사회적 리스크는 매우 광범위하다. 코로나나 전쟁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광의의 사회적 리스크부터 각 개별기업 입장에서 영향을 받는 협의의 사회적 리스크까지 다양한 형태의 위험요인이 산재해 있다.

이 중 개별기업의 사회적 리스크는 한 마디로 기업의 이해관계자, 즉 소비자, 노동자, 지역사회, 협력회사 등과의 관계 문제가 기업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이라고 축약할 수 있다. 노사 간의 분쟁으로 생산활동에 영향을 받는 기업, 소비자에게 불신받는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저하와 매출 타격을 입는 기업 등이 있다. 또 제품 품질문제에 따른 대규모 리콜로 수익성 저하를 겪는 기업, 생산시설의 사고 발생에 따른 영업중단이나 지역사회의 생산시설 신?증축에 대한 반발에 직면한 기업 등도 사회적 리스크 사례로 들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인한 수혜도 있다. 양질의 고용창출과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이 인정받게 되면 이해관계자와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판매활동과 생산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공장이나 2차전지 공장 유치를 위한 해당 지역사회나 정부의 세제 및 인프라 제공 혜택, 사회적 공헌활동으로 인정받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착한 구매활동이나 신뢰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으로 차별화된 시장지배력을 보유하는 기업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사회적 리스크 발생은 즉각적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최근 우리 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경영도 어렵고 복잡해졌다. 건설업종과 같은 노동집약적인 현장에서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리스크가 생산 및 판매활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본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다. 중대한 사회적 리스크 발생은 기업의 신용위험을 갑작스럽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최근 사고 이슈가 있었던 건설사 회사채의 투자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동종업종 내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사는 사회적 리스크가 높은 업종으로 건설, 화학,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업종 등을 꼽고 있다. 주로 제품의 품질이 소비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거나 생산 현장의 사고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곳들을 위험도가 높은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향후에는 많은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온라인서비스 기업에서도 사용자 정보보안, 방대한 고객정보의 공정한 활용 등에 따른 사회적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리스크는 발생하면 바로 문제가 되는 즉각적 위험요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평상시에는 잘 나타나지 않아 간과할 수 있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통계적으로 발생확률은 낮지만, 발생했을 경우 손실은 매우 큰 이른바 '테일 리스크'(Tail Risk)의 특징도 갖고 있다. 다만 비슷한 성격의 테일 리스크를 가진 자연재해와는 달리, 사회적 리스크의 경우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회적 리스크, 기본에 충실한다면 축소 가능
모든 위험을 100%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의 위험요인이 어디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를 최대한 찾아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교한 안전수칙과 생산수칙 등을 만들고, 이를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과 기업문화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명의 경영진과 관리자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기본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이 핵심적인 관리방안이라고 본다. 말은 쉽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이로 인해 생산공정이 길어지고 투입원가가 상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기단축이 공사현장의 성과였다면 이제는 철저한 작업매뉴얼 준수?안전시공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사회적 리스크 관리에 중요한 성공 요인일 것이다.

기업재무담당자에게 시사점 ? 유동성, 재무약정, 수익성 관리 등에 사회적 리스크 반영해야
기업재무담당자 입장에서는 사회적 리스크 부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사회적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자금 재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리스크가 큰 업종의 경우 보유 유동성 수준을 확대하거나 신용한도 확보를 통해 비상시 유동성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신용평가 과정에서도 사회적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는 건설, 조선, 화학, 철강기업 등에 대한 유동성 대응력 점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각종 재무적 약정과 자금관리 측면에 있어 사회적 리스크를 고려하고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표준적인 차입약정이나 회사채발행계약서 상 기한의이익상실 규정에 포함된 '중대한 영업의 정지나 면허의 취소'와 같은 사유의 변경이나 조정이 필요하다. 영업정지나 면허취소와 같은 처분에 빈번하게 직면할 수 있는 업종의 경우 이를 충분히 고려한 후 현실적인 기한이익상실 사유를 적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수주산업의 경우 안전수칙의 철저한 준수에 따른 공기연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수주계약을 기존에 비해 좀 더 여유를 두고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셋째, 사회적 리스크에 대한 관리비용 상승은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에 이어 사회적 인플레이션까지 유발할 수 있다. 기업의 원가 상승, 공정 장기화, 투자비 증가와 같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를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기업은 수익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책정에 있어 이러한 위험요인을 반영해야 한다.

사회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비용부담, 결국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분담
궁극적으로 사회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비용부담은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기업들에게 환경적, 사회적, 지배구조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을 가계와 정부가 기꺼이 질 수 있을 때 지속가능한 ESG 경영의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서, 한국신용평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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