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진출하는 K-게임…한국서도 AAA급 게임 나올 수 있을까 [이승우의 IT 인사이드]

입력 2022-05-14 18:57   수정 2022-05-14 20:08

한국에서도 '최다 고티(GOTY, 올해의 게임)'를 받는 AAA급 게임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지난 한 주 동안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리니지W 효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건재한 크래프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놨습니다. 넷마블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산업은 코로나19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손꼽혔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팬데믹의 긴 터널이 끝을 보이면서 이같은 '코로나 특수'도 끝을 보이는 모습입니다. 대부분 게임회사의 주가가 작년 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았다는 게 이를 방증합니다.
콘솔 시장 빠르게 커지는데...한국은 여전히 '불모지'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에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콘솔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등 전용 게임기를 TV, 모니터 등에 연결해 즐기는 게임을 말합니다.



콘솔 게임은 그동안 한국에서 '불모지' 취급을 받던 시장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콘솔 시장의 규모는 1조925억원으로 전체 게임 시장의 5.8%에 불과합니다. 전년 대비 57.3% 증가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10조8311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10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다릅니다. 전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58억달러(약 71조원)로 전체 게임 시장의 27%에 달합니다. 모바일 게임(893억달러, 약 114조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올해 시장 성장률도 콘솔 게임이 더 높을 것이란 조사도 나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8.4%로 모바일 게임(5.7%)과 PC 게임(3.2%)을 웃돌 전망입니다. 게임회사 입장에선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인 셈입니다.
콘솔로 활로 찾는 한국 게임사들

지난주 주요 게임회사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콘솔 게임 출시 계획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스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TL)'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올해 엔씨소프트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은 2011년부터 10년 넘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대작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리니지 시리즈의 후속작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2017년부터 방향을 바꿔 오리지널 IP로 개발 중입니다. 콘솔은 물론 PC까지 지원해 북미, 유럽 등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입니다.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붉은 사막'과 '도깨비'를 예고했습니다. 붉은 사막은 이르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정식 출시할 전망입니다. 도깨비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붉은 사막은 펄어비스의 대표작 '검은 사막'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고, 도깨비는 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두 게임 모두 플레이 영상 공개만으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넥슨도 대표작인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격투게임 'DNF 듀얼'을 상반기 중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PC와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선보입니다.

스마일게이트도 앞서 지난 3월 자사 인기 1인칭 슈팅(FPS) 게임인 '크로스파이어'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파이어X'를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출시한 바 있습니다.
최다 GOTY 나올 수 있을까
한국 게임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콘솔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그동안 콘솔 시장은 북미와 일본 게임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개척은 물론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콘솔 시장 진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 등 잇따른 논란으로 한국 게임사들은 게임성보다 수익성을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콘솔 게임은 게임 소프트 판매가 주요 수익원입니다. 아이템 뽑기의 재미보다는 게임 자체의 재미가 우선일 수밖에 없죠.

게임 업계에선 매년 전 세계에서 출시된 게임을 두고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을 뽑습니다. 특정 단체가 선정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게임 단체와 매체, 게이머들이 GOTY를 뽑는데 이가운데 가장 많이 선정된 게임은 '최다 GOTY 수상작'이라고 부릅니다.



그동안 닌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나 CDPR의 '더 위쳐3', 너티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임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게임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자리입니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AAA게임'들이 대다수입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머잖아 최다 GOTY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게임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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