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장, 조달청장, 통계청장 자리엔 모두 기재부 현직 1급이 승진 이동했다. 윤태식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에, 이종욱 기획조정실장이 조달청장에, 한훈 차관보가 통계청장에 임명됐다. 기재부 외청장 자리이긴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첫 인사에서 전 정부 1급들이 모두 등용된 건 이례적이다. 특히 통계청장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된 건 2011년 우기종 청장 이후 11년 만이고, 조달청장에 기재부 출신이 온 건 2018년 정무경 청장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9일 있었던 1차 차관급 인사에서도 기재부 재정관리관을 지낸 조규홍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가 보건복지부 1차관에 임명됐다. 차관급인 최상목 경제수석과 방기선·최상대 기재부 1·2차관까지 포함하면 현 정부에서 8명의 차관급 인사가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 밖에 대통령실 1급 자리인 김병환 경제금융비서관과 박성훈 기획비서관도 기재부 출신이다.
새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면서 기재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총리·부총리와 각 부처, 대통령실이 ‘경제 원팀’을 이뤄 긴밀하게 소통하게 될 것”이라며 “부처 간 장벽도 허물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에선 고질적인 인사적체가 풀릴 것이란 기대도 있다. 8년 전 최경환 전 부총리처럼 추 부총리가 ‘실세 부총리’로서 인사적체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부처에선 ‘기재부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기재부는 예산권을 갖고 있어 원래 힘이 막강한 부처”라며 “다른 부처 차관까지 기재부 출신 인사로 채워지면서 정책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각종 정책 수립 과정에서 내각의 다양한 의견보다 기재부 중심의 논리가 득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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