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미국인들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입하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채굴업체인 알로사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된 뒤 다이아몬드 공급망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러시아 국영 다이아몬드 채굴업체 알로사를 제재하면서 다이아몬드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로사는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30%를 공급하는 업체다.
지난달 초 미 재무부는 보석업체 등이 알로사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국 러시아를 겨냥한 규제의 일환이었다.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이 감소하자 인도 세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는 알로사 등으로부터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중간상 역할을 한다.
현재 인도를 거친 러시아산 다이아몬드는 미국의 제재망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티파니 등 글로벌 보석업체들이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구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인도 세공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세공업체들은 일거리가 줄자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미국에 대한 다이아몬드 수출이 줄어 올 2분기 25억달러(약 3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손실은) 인도 연간 다이아몬드 수출액의 10%에 달한다”고 했다.
공급 경색으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급등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결혼반지용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지난 3월 초 이후 20%가량 뛰어올랐다. 다이아몬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결혼식이 올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인들의 결혼 건수는 250만 건으로 40년 만에 가장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처를 다변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채굴업체인 드비어스도 추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드비어스는 2024년까지 원석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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