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등록 마감…끝내 찢어진 보수

입력 2022-05-13 17:25   수정 2022-05-14 00:35

서울교육감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13일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이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하고 모두 제각각 후보 등록을 했다. ‘등록 후 단일화 협상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식 후보로 등록한 뒤 사퇴하면 기탁금 5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그러나 “실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16일까지 협상을 이어가겠다”며 실낱같은 가능성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보수 교육계에서는 ‘자중지란’으로 진보진영 조희연 현 교육감에게 패하는 4년 전의 데자뷔가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투표용지 인쇄 전이 ‘마지노선’

이날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와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는 각각 오전 11시와 오후 2시께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조전혁 예비후보는 하루 앞선 지난 12일 가장 먼저 정식 후보로 등록했다. 후보 마감 하루 전날 조영달 후보는 박선영·조전혁 후보와 각각 1 대 1로 만나 단일화 방식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세 후보 모두 정식 후보로 등록하면서 6월 1일 선거 투표용지에는 세 후보의 이름이 모두 인쇄된다.

보수 진영은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16일까지 단일화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 후보에서 사퇴하면 용지에 후보 이름은 인쇄되지만,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적힌다. 사표를 막고 단일화 효과도 보려면 인쇄 전이 단일화 마지노선이다. 16일 이후 사퇴하면 기탁금 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퇴라는 표시가 안 돼 표까지 분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가피해진다.

조전혁 후보는 12일 “후보등록을 하니 기자들이 단일화를 포기했느냐고 묻는다. 아니다. 끝까지 노력한다”며 “내 상대는 박선영·조영달이 아니다. 상대해야 할 적은 조희연과 전교조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박선영과 조영달 후보도 각각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단일화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진영은 조희연 ‘독주’
보수진영은 후보 등록일까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이기적 진흙탕 싸움’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월 30일 ‘교육감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교추협)’는 조전혁 후보를 단일화 후보로 추렸지만, 경선 규칙이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붙으며 박선영 후보는 사퇴, 조영달 후보는 단독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교추협 원로위원을 맡았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뒤늦게 선거판에 뛰어들어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9일 이주호·조전혁·박선영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며 협상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으나, 결국 후보 등록 전 단일화는 결렬됐다.

보수진영이 막판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이번 선거도 진보진영에 패배할 공산이 커진다. 2018년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의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가 각각 36.2%, 17.3%를 득표하며 보수진영 득표율이 절반을 넘겼지만, 46.6%를 얻은 진보 단일 후보 조희연 교육감에게 패했다.

조희연 후보는 이렇다 할 견제 세력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강신만·최보선 예비후보도 정식 후보로 등록을 마쳤지만, 조 후보의 지지도가 워낙 높아 단일화 없이도 충분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다. 조 후보는 11일 단일화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언제든 뜻이 맞는다면 정책 연합, 후보 연합을 환영한다”면서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외부의 힘이 개입해 인위적인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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