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미국산 냉동 갈비 100g은 4400원으로 1년 전(2474원)에 비해 77.8% 급등했다. 호주산 냉동 갈비 역시 같은 기간 87.2% 올랐다. 코로나19발(發) 물류 대란과 사료 가격, 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사육 비용 증가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육 가격이 오르자 국산 돼지 가격도 뛰고 있다. 지난달 1일 기준 ㎏당 4847원이었던 돼지(탕박) 도매 가격은 12일 7356원으로 51.8% 급등했다. 인기 부위인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은 100g당 2750원을 넘어섰다. 40여일 만에 18% 이상 올랐다.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4.3㎏(2020년 기준)으로 20년 전(31.9㎏)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 쌀 소비량(57.7㎏)에 맞먹는 수준이다. 육류 가격 상승이 밥상 물가 부담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육류를 대체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계란과 두부 가격도 심상치 않다. 특란 30구 가격은 6409원으로 6개월 전(5990원)에 비해 7.0% 올랐다. 계란 가격 역시 양계 사료 가격에 영향을 받아 오름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풀무원 투컵 두부(600g) 가격은 4980원에서 5480원으로 1년 만에 10.0% 상승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분이 아직까지 육류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전 세계적으로 프로틴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삼겹살 프랜차이즈는 지난해 말 삼겹살 1인분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이 삽겹살집의 1인분 기준은 160g.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1인분 제공량을 줄여 ‘가격 착시’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미 외식시장에서 삼겹살 가격은 100g에 1만원, 통상적인 1인분(200g) 기준으로 계산하면 2만원에 도달한 셈이다.
한 대형마트 축산 바이어는 “사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 전반적으로 육류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발(發) 물류 대란과 환율 고공행진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육 가격이 오르자 최근에는 국산 돼지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 요인도 남아있다. 통상적으로 삼겹살 가격은 여름철 가장 비싸게 형성된다. 캠핑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2년간 움츠렸던 소비자들이 밖으로 나서면서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해 가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축산업계의 시각이다.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육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사료용 곡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사료용 밀은 t당 32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1.4% 올랐다. 사료용 옥수수 가격은 같은 기간 30.8% 뛰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치솟은 사료 가격이 시차를 두고 육류 가격에 반영되면 앞으로 소·닭·돼지고기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장기화된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농가가 파종 시기를 놓치면서 내년에는 사료용 곡물 가격이 더 뛰어 이 역시 육류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일교차로 인한 생육 부진이 깻잎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 청과도매업체 대표는 “깻잎은 새벽에도 기온이 18도를 넘어서야 잘 자라는 데 아직까지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다”며 “산지에서 생산량이 부족하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풋고추 가격도 심상치 않다. 13일 기준 ㎏당 풋고추 도매 가격은 3455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15.9%, 전년 동월 대비 23.9% 올랐다. 산지 재배면적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경기 광명에서 고깃집을 하는 천모씨(54)는 “삼겹살을 공급받는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지만 손님이 떨어질까 쉽게 가격을 올릴 순 없다”며 “이 와중에 쌈채소 가격까지 오르니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한우 가격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한우 가격이 오르자 농가들이 앞다퉈 사육두수를 늘려 일어난 현상이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농가의 한우 사육두수는 338만8000마리로 2년 전(303만8000마리)에 비해 11.5% 늘었다. 가임 암소와 1세 미만 한우 수를 고려하면 내년 말 한우 사육두수는 361만마리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해 업계에서 보는 적정 사육두수는 290만~300만 마리. 공급 과잉 상태로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았던 한우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농가로선 큰 위기다. 한우 판매 가격은 하락하는 데 사료값이 올라 사육 비용 부담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기준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이 ㎏당 504원으로 평년(412원) 대비 22.3% 올랐다. 축산업계에선 2012년 한우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던 ‘소값 파동’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관/박동휘/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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