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는 코로나19발(發) 물류대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사료값 상승 등으로 급격히 오른 육류가격을 또 다시 자극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료용 밀 가격 추가 상승→육류 생산비용 증가→소비자 가격 인상 순으로 연쇄 반응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산·수입산 육류 가운데 최근 1년 새 가격이 먼저, 더 많이 상승한 것은 수입산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최근 1년 새 2배 가까이 올랐을 정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미국산 냉동 갈비 100g은 4400원으로 1년 전(2474원)에 비해 77.8% 급등했다. 호주산 냉동 갈비 역시 같은 기간 87.2%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수입육 가격의 급등은 국산 돼지고기 가격을 자극했다. 지난달 1일 ㎏당 4847원이었던 돼지(탕박) 도매 가격은 12일 7356원으로 51.8% 뛰었다. 인기 부위인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은 100g당 2750원을 넘어섰다. 40여일 만에 18%이상 오른 것이다.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 1인분 가격은 ‘2만원 시대’에 접어든 실정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 작년 말 삼겹살 1인분(160g)의 가격을 지난해 말 1만6000원으로, 종전보다 1000원 올렸다. 아직도 많은 식당들이 1인분으로 삼고 있는 200g으로 환산하면 2만원이 된다.
인도의 밀 수출금지,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 추가 상승 요인도 상당하다. 통상적으로 삼겹살 가격은 여름철에 가장 비싸게 형성된다. 캠핑용 수요 등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어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란 게 축산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쌈채소 가격도 상승세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이번 달 깻잎 평균 가격은 ㎏당 7664원으로 전년 동월(5163원) 대비 48.4% 올랐다.
문제는 고기값 급등으로 인한 밥상물가 부담을 줄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소비패턴이 정착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연 54.3㎏(2020년 기준)으로 쌀(57.7㎏)에 육박한다. 섭취량만 놓고 봤을 때 ‘주식(主食)’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로 가격이 부담스러운 데도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김모 씨(48)는 “가계에 부담이 돼 고기 구입을 줄이려고 해 봤는데, 초등학교 1학년 쌍둥이 자매가 고기 없이는 식사를 못한다”며 “고깃값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종관/박동휘/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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