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법인세 개선 과제는 국내 산업계가 요구해온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내리고 과표 구간도 2단계로 단순화하자는 게 첫째 과제다.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은 오랜 불경기 대처법이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내리면 기업 설비투자가 3.6%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법인세 부담을 줄일 때 올라갈 성장률과 떨어질 실업률, 세수 증대 효과도 과거 15년간 거시경제 지표 분석으로 재입증된 터다.
최저한세 제도 폐지(완화),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확대, 연결납세제도 확대도 지금 같은 때 의미 있는 기업 지원책이 될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GDP 대비 법인세수, 2020년)은 3.4%, 세수 비중은 19.6%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각각 6, 4위로 높다. 2011~2021년 10년간 OECD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평균 2.2%포인트 낮춰왔고, G7 선진국들은 5.8%포인트나 내린 것과 달리 한국은 역주행한 결과다.
지난 정부의 엉터리 세수(稅收) 추계가 논란거리로 계속되는 가운데, 늘어난 세금을 특정 대기업들이 부담한 사실과 결부해서도 볼 필요가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더 걷힌 세금이 법인세에서만 17조790억원에 달했고, 이 중 95%(16조2797억원)를 10대 대기업이 냈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은 면세자가 기형적으로 많은 소득세에만 적용되는 조세원칙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감세 주장이지만, “또 감세 요구냐”며 무시하거나 경시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거시금융대책회의’를 챙겨야 할 만큼 엄중한 상황이라는 시의성에서도 그렇고, 실증적 분석 내용을 봐도 그렇다. 경제를 살려놓고, 나중에 경기가 좋아지면 얼마든지 증세로 전환해 과열을 식힐 수도 있다. 경기 대응을 위한 ‘신축적 세제·세정’에서는 실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새 정부는 인수위를 통해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강화’라는 정책과제를 내놨다. 하지만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 방안은 부족했다. 산업계의 이번 법인세제 개편안을 이 과제의 실천 방안으로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기대와 달리 세제는 부동산 관련, 주식 양도세 폐지, 가상자산 투자수익 과세 유예뿐이다. 경제의 근간으로서 세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과감한 법인세 개편을 세제 합리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위기돌파 차원의 기업 지원 의지를 천명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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