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업종이 자동차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여러 악장으로 이뤄진 기악곡 형식을 뜻하는 ‘소나타(sonata)’에서 가져왔다. 어원은 ‘악기를 연주하다’란 뜻의 이탈리아어 수오나레(suonare)다. 16세기 후반에 다성적(多聲的) 성악곡 칸초나를 기악화한 걸 ‘칸초나 다 수오나레(canzona da suonare)’라고 했는데, 이게 훗날 소나타로 불리게 됐다.
소형차 브랜드인 ‘엑센트’(현대차)와 ‘포르테’(기아자동차)도 클래식 용어다. 엑센트는 특정 음을 강조해 세게 연주한다는 뜻의 악센트(accent)에서 비롯했다. 포르테는 악보에서 ‘세게’를 의미하는 음악 기호다. ‘작지만 강한 차’란 의미를 담기 위해 클래식 용어를 썼다. 기아차 ‘K7’의 유럽 수출명인 ‘카덴자’의 유래는 카덴차(cadenza·무반주 솔로)다. 악장이나 곡이 끝나기 직전에 메인 연주자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간을 말한다. 카덴차를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자동차란 의미를 담은 작명이다.
클래식 용어는 음료 이름에도 사용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커피 브랜드 ‘칸타타’가 그렇다. 칸타타(cantata)는 대규모 성악곡 형식을 말한다. 악기로 연주하는 소나타와는 반대되는 악곡 형식이다. 노래한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에서 유래했다. 바흐는 1732~1734년에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는데, 그중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Ei, wie schmeckt)’란 제목의 아리아를 남겼다. 이런 스토리를 커피 회사가 놓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산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에뛰드’는 공부, 연구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 에튀드(etude)에서 따왔다. 클래식 음악계에선 작곡가나 연주자가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습하는 곡을 에튀드라고 한다. 에튀드는 기악이 성행하기 시작한 16세기 초 등장해 18~19세기 활발하게 작곡됐다. 18세기 이후엔 개량된 피아노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연주법을 창안하는 데 주력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들이 단순 연습용이 아닌 연주회용 에튀드를 연달아 내놨다. 쇼팽의 에튀드가 가장 유명하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처음 화장을 시작하는 여성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브랜드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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