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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장주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꿈’을 먹고 자란 미국 성장주들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줄줄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의 대표 상품은 ‘아크이노베이션 ETF(ARKK)’다. 테슬라, 줌비디오, 로쿠, 이그젝트사이언스, 블록, 텔라독, 코인베이스, 트윌리오 등의 성장주에 집중 투자한다. 2020년 153% 수익률로 화제가 됐던 ARKK ETF의 올해 수익률은 처참하다. 연초 대비 57% 하락했다. 실적을 내지 못하는 성장주들이 금리 인상기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ARKK ETF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ARKK ETF의 하루 등락폭을 기준으로 -1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터틀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 ETF(SARK)’가 대표적이다. ARKK ETF가 부진할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다. 11일 기준 SARK ETF는 연초 대비 89% 올랐다. 하루평균 거래 규모는 1억8177만달러다.
지난해에는 성장주 바람을 타고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광풍’이 불었다.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던 루시드그룹이 스팩인 처칠캐피털Ⅳ와 합병한다는 소식에 처칠캐피털 주가가 50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껍데기 회사다. 비상장사는 전통적인 기업공개(IPO) 대신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이 가능하다. 기술력은 있으나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성장 기업들이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성장주들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스팩 상장 기업의 주가는 더 부진했다.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을 추종하는 ‘더 디-스팩 ETF(DSPC)’는 연초 대비 59% 하락한 상태다.
이들 기업의 주가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ETF도 등장했다. ‘더 쇼트 디-스팩 ETF(SOGU)’다. DSPC ETF의 하루 등락폭을 기준으로 -1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인데, 연초 대비 수익률이 96%에 달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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