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국제화 전략'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5-16 09:09   수정 2022-05-16 09:18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두 건의 발표에 거듭 눈길이 간다.

하나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을 20년 만에 바꾸겠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자료 제목에 방향과 전략이 들어 있었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규제 풀고 인센티브 확대 … 유연한 도시계획으로 전환’이다. 앞서 3월에 발표한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도시계획 대전환’의 실천 방안이다. 거창하게 해석하면, 서울시 도시계획 프로젝트의 헌법이 바뀐 셈이다.

다른 하나는 이 발표 이틀 뒤에 나온 지난주의 한강개발 구상이다. 이때 보도자료는 ‘서울시, 한강변을 국제적인 수변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공간구상 추진’이라는 제목이었다. 두 건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때 맞춰진 점이 주목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만하다.
◆도시화, 산업화·전문화·분업화·첨단화·IT화와 결부돼야
두 건의 발표는 제목만으로도 시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이전 재직 때에도 ‘한강 르네상스’라는 구호를 꺼냈던 사실도 상기할 만하다. 어떻든 한강을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의 핵심으로 잡고, 국제적 수변공간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제기된 정책도, 생소한 이론도 아니다. 그래도 주목되는 것은 이제 서울시 자치 행정에도 ‘공동체’‘시민사회’ 같은 류의 이념 색채 짙은 구호가 뒤로 밀리고, 미래 지향적 개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형 첨단 도시화가 산업화·전문화·분업화·첨단화·IT화 같은 현대적 개념과 적극적으로 맞물리고, 그런 기반에서의 시너지가 모색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제야 시정 방향이 제대로 잡힌 것 같은 인상도 준다. 촌락공동체의 이미지에서 미래 기술사회로의 지향이랄까. AI(인공지능)가 보편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준 높은 도시화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메가트렌드다. 도시화는 산업화·전문화·분업화·첨단화 등과 맞물리면서 청년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나.

문명의 발달, 산업·기술의 진보 자체가 좋은 강을 낀 도시 지역에서 진행돼왔다. 그걸 부인하면서 퇴행해왔던 것이다. 가령 근거도 빈약한 아파트 35층 규제나 하고, 그저 ‘더불어 손잡고 오순도순 잘 살자’는 식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시인묵객의 이미지나 부를 만한 그런 퇴행의 자치 행정으로 수도 서울의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훼손시키며 세계의 도시 경쟁에서 뒤떨어져 온 것이 아니었던가.
◆서울시, 경기도·인천시와 연대해 '메갈로폴리스 서울'로
이제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인근 수도권까지의 ‘메갈로폴리스 서울’을 종합적 국제경쟁력에서 치고 나아가야 한다. 먼저 동아시아 최고의 허브 도시로 성장해 경제는 물론 문화·예술까지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경쟁 상대는 일차적으로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중국 상하이·베이징, 홍콩이다. 그 기반에서 중국의 공안 통치로 자유와 자율이 무너진 홍콩을 벗어나려는 다국적 기업들이 헥시트(홍콩+엑시트)이후 대체 지역으로 서울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

흔히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 간의 경제 전쟁, 산업 경쟁, 기술 패권다툼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도시 간 경쟁, 지역 간 경쟁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이 경쟁에서도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서울이 첨단의 수직도시, 쾌적한 지하도시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을 넘어 경기도와 인천시까지 제휴·연대하는 협력을 강화해 아시아 일등 도시로 나아가야 미래가 있다.
◆한강에 초현대 랜드마크를! 상상력·창의력 발휘가 관건
다시 한강에 주목해보자. 한강을 두고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한강이라는 공간, 도시 내 구조를 두고 창의력을 한껏 발휘해보자. 단순히 서울시 공무원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도쿄보다 더 멋있고, 상하이보다 더 편리하고, 홍콩보다 더 화려한 서울로 가기 위한 도약을 한강에서 해보자는 것이다.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서울을 상징하는 수상 랜드마크 건설은 어떨까. 서울에서 제일 핫 한 지역으로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된 MICE 연계 지점을 강북 쪽 뚝섬지구와 연결시키며 수상과 강변 고수부지를 연계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구조물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다.
과천 서울대공원 뒤쪽 깊은 산속에 수도원처럼 은닉된 국립미술관을 이런 데에다 멋지게 다시 세우면 시드니의 바닷가를 메워 세운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명품이 하나 나오지 않을까. 호주의 상징이 된 조개껍질 이미지의 그 건물처럼…. 44조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연간 예산의 3%씩 3년 정도 나눠 집행하면 그것만으로도 수조원이다. 대형 지자체 사업이 대부분 중앙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매칭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인기영합으로 헛돈 쓰는 것보다 오히려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공간이 한강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요컨대 상상력과 창의성의 발휘에 달렸다.

서울시가 한강변을 국제적 수변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발표를 하고 개발용역에 대한 국제 입찰공고도 낸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서울시의 ‘수변중심 도시공간 구조개편 계획’은 이를 위한 기본 안이다. 시는 한강을 업무·상업·관광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2040년 미래 서울로 가기 위한 기본 설계인 셈이다.
◆서울의 자산 한강의 가치 놓쳐선 곤란… 이런 게 자치행정
한강은 실제로 서울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 도시 공간구조에서도 그렇고, 기능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이런 중요한 자산을 내버려둬서는 곤란하다.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한강이 시민 삶의 질 제고,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간정책’의 대상이라고 한 것은 당연하다. 강 개발로 도시가 비약 발전하고, 죽은 도시를 살려낸 해외 사례도 적극 참고할 만하다. 한강도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제명소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일차적으로 시 공무원들 역량과 노력이 중요해졌다. 자치 행정도 이런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여의도 정치’가 서울시에까지 장악하고 그 논리로 시정이 좌우되면, 특정 당이 완전히 장악한 시 의회와 집행부가 매사 싸우기만 하면, 국제화는커녕 덩치만 큰 촌락으로 퇴행할 것이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대도시, 중소도시의 규모 문제가 아닌 것이다. 6월 선거에서도 시민 실생활 제고 경쟁이 벌어지고, 국제경쟁력 제고 경연장이 되면 좋겠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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