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8시 서울 강남대로 인근 먹자골목. 주말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빼곡한 강남역 9번과 10번출구 사이 ‘서리풀 푸드트럭존’엔 영업을 접은 푸드트럭 3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식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모 씨(28)는 “배달같은 돈벌이가 더 좋은 걸 하러 장사를 접고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견디며 재기를 노리던 푸드트럭 자영업자들이 하나 둘 영업을 접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업주들이 상당수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최근 각종 재료비 등 원가가 급상승하자 ‘남았던 희망도 사라졌다’는 분위기다. 김씨는 “조리용 가스값은 물론이고 밀가루, 고춧가루 등 안오른 게 없다”며 “나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곳만 영업이 허용된 푸드트럭 상인들에게 서울시의 밤도깨비 야시장과 같은 각종 행사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전국푸드트럭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자체 푸드트럭존 대부분은 주변 상인과 마찰이 적은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라며 “각종 행사에 옮겨다니며 장사하는 푸드트럭이 과반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살아남은 푸드트럭 상인들 중에서도 최근 원재료 값 급등에 버티지 못해 백기를 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분짜 등 베트남 음식 푸드트럭을 운영하다 지난주 장사를 접고 트럭을 690만원에 내놓은 A씨(52)는 “지난 2년간 열리는 행사가 없어 호텔 주차장 앞에서 영업했는데 매출이 적어 자리세도 못냈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앞으로 푸드트럭 행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대출도 더 이상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푸드트럭 상인 7만7000명 가량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지난 4월 한달 간 중고 푸드트럭 판매글만 20개 가량 올라왔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해 11월과 12월 평균 15건보다 많다.
푸드트럭을 새로 시작하는 비용도 크게 뛰어올랐다. 인건비를 비롯해 차량 확장에 쓰이는 나무와 알루미늄을 비롯해 바닥용 스테인리스 자재 값이 급상승한 탓이다. 떡볶이 매장과 푸드트럭을 동시에 운영하는 상인 C씨는 “코로나19 이전에 3000만원 정도였던 푸드트럭 개조 비용이 최근 5000만~6000만원까지 올라 ‘차라리 매장을 운영하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푸드트럭 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용겸 대전과학기술대 외식조리계열 교수는 “해외관광객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늘어야 푸드트럭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푸드트럭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있는 만큼 관련 조례를 상황에 맞게 개정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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