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승의 날' 떠오른 생각

입력 2022-05-16 17:35   수정 2022-05-17 01:25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마스크에 갇혔던 일상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만끽하는 이들로 생동감이 넘친다. 학교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 활동이 대부분 정상화되면서 학교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해마다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한 가운데 이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다.

스승의 날은 청소년적십자(Red Cross Youth)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날이기도 하다. 충남 강경 지역 RCY 단원들이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선생님을 위해 위문 활동을 해오던 것을 계기로 1963년 청소년적십자 충남협의회에서 9월 21일을 ‘은사의 날’로 정했다. 이후 1965년, 민족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학창 시절 삶의 중심을 잡아주고 이정표가 되어준 스승의 존재는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로 남기 마련이다.

매년 이맘때 대한적십자사가 진행하는 ‘선생님께 쓰는 편지’ 공모전에서도 그러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수상작으로 뽑힌 편지를 보면 스승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존경심이 잘 묻어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을 만났기에 교단에 설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헌신과 사랑을 항상 마음에 새기면서 아이들의 꿈을 지지해주는 마음 따뜻한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참된 스승의 존재가 자라나는 아동과 청소년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해준다.

필자가 설립한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학교에서 맺은 한 학생과의 인연도 무척 각별하다. 열두 살 때 백혈병을 진단받아 치료받던 그 학생은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학업을 놓지 않았다. 훗날 서울대 의과대학에 수석 합격해 언론의 조명을 받은 김지명 군 이야기다. 김군은 치료받는 동안 자신도 환자의 마음까지 돌보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어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교육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 대면 수업이 중단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학생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학교가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고 현장을 묵묵히 지켜준 선생님들의 땀과 헌신 덕분이다.

영화 ‘굿 윌 헌팅’ 속 숀 맥과이어 교수가 인생의 조력자로서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주인공 윌 헌팅의 곁을 지켰듯이 말이다. 다시금 교실에서 봄을 맞이하기까지 숨은 노력으로 헌신해온 이 땅의 모든 스승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응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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