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철거가 시작된 가운데 시공사업단이 사업비 대출 보증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사업단은 오는 8월 만기인 사업비 7000억원에 대한 보증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 연장을 요청했다"며 "대주단 입장은 사업비 대출 연장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장은 없다. 대위 변제 후 구상권 청구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증액 등을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지난달 15일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부지에서는 시공사업단이 현장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철거도 시작됐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현장에는 총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다. 그 유지비용은 월 2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 해체를 사실상의 결별 통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타워크레인 설치와 해체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가 1~2개월 중단된다고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미 해체를 시작한 이상 올해 공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다시 설치하더라도 내년 이후"라고 내다봤다.
타워크레인 해체보다 급한 문제는 대출금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비 대출 1조4000억원, 사업비 대출 7000억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사업비 대출 7000억원은 시공사업단의 보증으로 이뤄졌다. 만기는 이주비가 오는 7월, 사업비는 오는 8월이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시공사업단이 보증 연장 불가 방침을 세운 것이다.
시공사업단이 보증을 거부한다고 당장 조합이 7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보증을 섰던 시공사업단이 대출을 대신 갚기 때문이다. 다만 시공사업단은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앞서 유치권 행사 중인 공사비 채권 1조7000억원, 조합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과 금융비용 15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시공사업단의 채권은 2조55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사업비보다 만기가 한 달 빠른 이주비 대출 1조4000억원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단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만기 연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 부지를 담보로 잡고 있어 위험 요소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대주단 측에 대출금리를 0.48%포인트 낮춰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주단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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