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대상 후보에 2편이나 올린 CJ ENM

입력 2022-05-17 17:06   수정 2022-05-18 00:24

칸, 베니스, 베를린을 묶어 ‘세계 3대 국제영화제’라고 부르지만 굳이 따지면 이 중에도 서열이 있다. 권위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맏형’은 단연 칸이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보는 심사위원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대체로 칸 수상작은 베니스나 베를린에서 트로피를 받은 작품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는 CJ ENM이었다. 대상(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부문’ 출품작(21개) 리스트에 투자·배급한 영화 두 편을 올려서다. 국내 투자·배급사의 작품이 칸 경쟁부문에 두 편이나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유명한 유니버설픽처스도 올해 딱 한 편만 선정된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영화계에서 CJ ENM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품성과 상업성 겸비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은 박찬욱 감독 연출, 박해일·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연출, 송강호·강동원·아이유(이지은) 출연의 ‘브로커’다. 이들 작품은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처럼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영화로 꼽힌다. 작품성을 위해 상업성을 포기하지 않는, 반대로 흥행을 위해 재미만 살리지는 않는 CJ ENM의 작품 선정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헤어질 결심’은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변사 사건에서 만난 사망자의 부인 서래(탕웨이 분)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두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브로커’는 한·일 양국에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베이비박스(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소재로 삼았다. 이들 영화는 CJ ENM의 글로벌 영토 확장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헤어질 결심’엔 중국 배우(탕웨이)가, ‘브로커’엔 일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데다 ‘글로벌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2019년 ‘기생충’에 이어 CJ ENM의 2연패를 점치는 영화인도 있다.
27년·2조원 투자로 결실
올해 두 편을 추가하면서 CJ ENM의 칸 영화제 진출 작품은 모두 12개로 늘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계도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규모다. 영화계에선 CJ ENM이 매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를 ‘27년·2조원’으로 설명한다. 지난 27년 동안 우리 영화 제작에 2조원을 투자한 결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CJ가 영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5년이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직후 미국 애니메이션·영화 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에 3억달러를 투자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1997년 ‘인살라’를 시작으로 30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투자·배급 또는 제작했다. 박찬욱, 봉준호 등 실력 있는 감독을 만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자 좋은 작품이 따라왔다. CJ는 박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 ‘아가씨’(2016) 등 7편을 함께했고, 봉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2003), ‘기생충’ 등 4편을 협업했다.

CJ ENM의 눈은 이제 해외로 향해 있다. 영화 ‘라라랜드’ 등을 만든 미국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퍼리얼 지분도 사들였다. 미국 미디어그룹 바이아컴CBS와는 콘텐츠 제휴 협약을 맺었다.

윤인호 CJ ENM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현재 미국 제작사들과 공동 개발하고 있거나 추진하는 작품만 15편”이라며 “CJ ENM의 위상이 오르면서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들의 협업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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