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는 CJ ENM이었다. 대상(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부문’ 출품작(21개) 리스트에 투자·배급한 영화 두 편을 올려서다. 국내 투자·배급사의 작품이 칸 경쟁부문에 두 편이나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유명한 유니버설픽처스도 올해 딱 한 편만 선정된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영화계에서 CJ ENM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은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변사 사건에서 만난 사망자의 부인 서래(탕웨이 분)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두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브로커’는 한·일 양국에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베이비박스(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소재로 삼았다. 이들 영화는 CJ ENM의 글로벌 영토 확장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헤어질 결심’엔 중국 배우(탕웨이)가, ‘브로커’엔 일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데다 ‘글로벌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2019년 ‘기생충’에 이어 CJ ENM의 2연패를 점치는 영화인도 있다.
CJ가 영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5년이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직후 미국 애니메이션·영화 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에 3억달러를 투자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1997년 ‘인살라’를 시작으로 30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투자·배급 또는 제작했다. 박찬욱, 봉준호 등 실력 있는 감독을 만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자 좋은 작품이 따라왔다. CJ는 박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 ‘아가씨’(2016) 등 7편을 함께했고, 봉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2003), ‘기생충’ 등 4편을 협업했다.
CJ ENM의 눈은 이제 해외로 향해 있다. 영화 ‘라라랜드’ 등을 만든 미국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퍼리얼 지분도 사들였다. 미국 미디어그룹 바이아컴CBS와는 콘텐츠 제휴 협약을 맺었다.
윤인호 CJ ENM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현재 미국 제작사들과 공동 개발하고 있거나 추진하는 작품만 15편”이라며 “CJ ENM의 위상이 오르면서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들의 협업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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