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인사 막장 드라마"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정부와 국회의 '협력'을 강조한 지 단 하루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모양새다.
신현영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한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과의 소통, 협치는 저 멀리 내팽개쳐졌다"며 "'소통령', '왕장관'으로 불리는 한 장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야당이 뭐라고 하든 '주머니 속 장기 말'처럼 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거취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대통령이 인사를 번복할 뜻이 없음이 명확해졌다"며 "수사관 시절 두 차례의 성 비위 사실이 입에 오르내리고,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시'를 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윤 대통령의 인사는 일방통행, 오로지 '마이웨이'"라고 했다.
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연출하는 벌건 대낮의 '인사 막장 드라마'에 낯이 뜨겁다"며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민과 이 막장 드라마를 아무 말 없이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대할지, 야당과 어떻게 협치를 할 것인지, 정말 협치할 생각은 있는지 밝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협치를 이야기하고 뒤돌아서서는 독선에 빠져 있었냐"며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의혹과 논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까지 한 후보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며 "한 후보자 임명 강행은 윤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 장관 임명 강행에 의석수를 앞세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부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오 대변인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 투표를 하기 위해 양당 수석부대표 간 협의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며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시대는 국민으로부터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인준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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