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즉시 재출범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년여만에 부활하게 됐다. 소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다시 꾸려지면서 사모펀드 사기 등 고도로 지능화된 금융범죄를 겨냥한 수사가 대폭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4년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전문가들을 파견받아 주가 조작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 관련 불공정거래를 주로 적발했다. 이 조직은 약 6년간 운영되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인 2020년 1월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폐지 전후로 국내에선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2019년 하반기 부실 발생에 따른 펀드 상환·환매 연기로 투자자들의 약 1조6000억원의 피해를 본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진 데 이어 2020년엔 계약과 무관한 자산 투자와 투자금 빼돌리기 등으로 투자자들이 약 1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은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업계와 법조계 등에선 전담 수사조직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대신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란 비직제 조직을 서울남부지검에 신설했다. 다만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달리 정직 직제가 아니다보니 수사인력 구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검사가 직접수사를 못하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지휘만 가능하다는 것도 과거보다 수사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 받아왔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한 장관도 지명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지난 10일 진행된 인사청문회 때도 “현재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는 형식이라 (범죄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로 문을 연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인원은 총 47명으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46명)보다 많다. 단장 1명, 부부장검사 2명, 평검사 4명 등 총 7명의 검사가 이 조직에 합류한다. 단장은 고등검찰청 검사급이 맡고, 산하에 설치되는 합동수사 1·2팀장에는 부부장검사가 보임된다. 수사지원과장(서기관) 1명, 수사지원팀장 2명(사무관) 등 검찰 직원 29명도 이곳에서 근무한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금융·증권범죄 외에도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건 등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을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직접 수사할 방침이다.
다만 향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을 저지하지 못하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없앴다. 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9일부터 검찰은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선거범죄의 경우 6월 지방선거 관련 수사 등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도 추진 중이다. 약 1년6개월 후 중수청를 출범시켜 검찰이 담당하던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수사를 맡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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