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DI 경제전망(2022 상반기)'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의 물가가 전년 대비 1.7%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6개월 만에 전망치를 2.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KDI 전망대로 올해 물가가 4.2% 오르면 연간 기준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KDI가 전망한 4.2% 상승률은 연간 물가 전망을 내놓은 다른 기관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4.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 물가 상승률이 4.1%에 이를 것이라는 '2022년 수정 경제 전망' 보고서를 지난 17일 내놓은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전망했다. KDI의 이번 전망이 정부의 공식 전망치보다 2.0%포인트 높은 것이다. 정부가 올해 물가 전망치를 내놓은 지난해 12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기 전이기 때문에 정부의 물가 전망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진욱 KDI 전망총괄은 "올해 경기 회복과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공급 측 요인이 축소되면서 물가가 2.2%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평균 원유 도입단가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5달러로 예상했다. 내년엔 공급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92달러 안팎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전년 대비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의 지난해 11월 전망치 3.0%보다는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기재부가 작년 12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밝힌 성장률 전망치인 3.1%보다는 0.3%포인트 낮다.
KDI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은 이유로 △1분기 부진했던 민간소비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꼽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 충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으로 인해 대외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코로나19 침체 속에서도 그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지탱해온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지역을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역 정책을 지속할 경우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 중국에서 조달하는 중간재 수급 차질 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1분기에 부진했던 민간소비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억제됐던 민간소비가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로 인해 향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진욱 KDI 전망총괄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회복의 동력이 지금까지는 수출이었다면 앞으로는 민간소비로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향후 정부의 재정정책이 코로나19 위기로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폭과 국가채무 증가세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는 한편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진행된 재정지출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KDI는 "최근의 물가 상승세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재정 부담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급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제약하긴 하겠지만,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통화정책이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을 그대로 추종할 필요는 없다고 KDI는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금리가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긴 하지만 미국처럼 가파른 금리 인상이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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