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8일 14: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스캇 클레인만 공동 대표(사진)는 “탈탄소화는 한 세대에 한 번 정도 나올 법한 엄청난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
클레인만 대표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2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는 앞으로 20여년간 탄소를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투자되는 돈은 수십조 달러가 아닌 수백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돈은 경제침체나 금리인상, 심지어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상관없이 투자될 것”이라며 “나의 투자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큰 슈퍼사이클”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인만 대표는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사모 시장의 역할은 두가지”라며 “첫째는 청정 에너지 발전을 위한 인프라와 기술에 대한 투자이며, 두번째는 기존 기업들이 저탄소 에너지원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폴로도 지난 5년여에 걸쳐 수십억 달러를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 투자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4980억 달러(약 640조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미국의 종합 대체투자 운용사다. 클레인만 대표는 1996년 아폴로에 입사해 주로 사모주식(PE) 투자를 이끌어왔다. 현재 회사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클레인만 대표는 “내년초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본다”며 “이번 경기침체가 과거와 다른 건 미국 중앙은행(Fed)이 침체를 끝내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 8.5%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Fed는 경기를 포기하더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6~9개월 정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레인만 대표는 “지난 14년에 걸친 양적완화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은 오르고 기업들의 부채는 늘어났으며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 비중을 높여왔다”며 “이제는 대가를 치를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S&P 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인데 장기 평균은 16배”라며 “여전히 장기 평균에 근접하려면 앞으로 30% 더 빠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클레인만 대표는 “특히 기술 성장주의 주가가 크게 올라 S&P500의 40%, 지난해 사모주식(PE) 거래의 절반을 기술 성장주가 차지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믿으면 안된다”고 진단했다. 클레인만 대표는 “더이상 Fed가 주식 시장을 지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상장된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자산 가격이 오르기만 하는 시장에서는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알파)을 내기 어려웠고 단순히 상승 모멘텀에만 편승해도 돈을 벌 수 있었다”며 “이제 상황이 바뀌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투자 수익을 내려면 투자 가격을 신경써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폴로의 현재 펀드는 평균적으로 상각적영업이익(EBITDA) 대비 6배의 기업가치(EV)에 투자해왔으며 1분기말 현재 5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PE들의 평균적인 EV/EBITDA 배수가 15~20배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고 나도 그걸 믿는다”며 “하지만 그래도 얼마에 투자하는 지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레인만 대표는 사모자본 투자자들에게는 이같은 환경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투자 환경을 기회로 만들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투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자산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변동성을 인내해낼 수 있다면 지금은 사모 시장에 투자할 좋은 시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레인만 대표는 구체적으로 “펀더멘털이 훌륭한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시기를 견뎌내기 위해 저금리를 이용해 부채비율을 높여왔다”며 “이제 금리승상기에 접어들면서 이 기업들에 많은 지분 투자와 대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레인만 대표에 따르면 주가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대형 상장사들이 자진 상장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도 최근 들어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그는 “좋은 가격에 상장사를 사들인 뒤 상장폐지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침체가 과거와 달리 장기화되면서 자본구조가 취약해진(distressed) 기업에 투자한 뒤 경영권을 확보하는 기회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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