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낙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VVIP' 의전을 위해 사전 리허설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등 현장 점검에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깜짝 동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8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길에 윤석열 대통령이 동행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나는 그림이 노출될 경우 '한미 반도체 동맹'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산업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은 그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 최상단에 위치한 주요 파트너다.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 안보 강화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때 동행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는 미국의 세계적 반도체 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가 동행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둘러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최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이다. 파운드리 미세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뿐인 상황.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TSMC 방문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남는 유일한 행선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뿐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자국 내 제조시설 확충을 추진해왔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미국의 주요 반도체 공급처이자 파트너로,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공장 방문은 한미가 '반도체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이 큰 틀에서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대'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로 자동차·정보통신(IT) 등 미국의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전환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미국으로선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국 역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45%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역시 반도체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랑", "세계 반도체의 심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감탄한 바 있다. 이어 "반도체 산업 등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들을 더 발굴하고 세계 일류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다수의 정치권과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30년까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되는 곳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큰 호기심을 가질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데 당연히 이 부회장이 배석하지 않겠나. VVIP들의 일정이다 보니 동선은 철저히 극비에 부쳐지겠지만 반도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도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캠퍼스에서 '윤석열-바이든-이재용' 쓰리샷이 연출되면 그 자체로 한미 경제 동맹의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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