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계란도 반려식물도…아침까지 안 다치게 배달해요

입력 2022-05-18 20:00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 입지를 굳힌 새벽배송은 생산부터 패키징까지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 반영에 나섰다. 환경·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높은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고르는 기준 가운데 가치소비가 한 축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18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 따르면 새벽배송 기업들은 특히 보다 윤리적인 상품 기획과 친환경 배송 패키지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는 먹는 것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세웠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난 데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어 제품을 선택하면서 먹거리 생산 환경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가축의 생육 환경까지 고려한 동물복지가 주목받으면서 업체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달걀 생산·유통 1위 업체인 농업법인 조인이 대표 사례다. 대형 유통사들을 고객으로 둔 조인은 연간 9억4000만개에 달하는 계란을 전국구로 유통하는 기업간 거래(B2B) 기업이다.

2015년 새벽배송이 시작된 후 조인은 더 많은 동물복지 유정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점을 고려해 기존 농장들의 동물복지 평사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조인이 생산한 동물복지 유정란의 60% 이상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조인은 2018년 9월부터 마켓컬리 자체브랜드(PB) 제품 ‘동물복지 유정란’을 선보여 2개월이 되기도 전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유진 조인 대리는 "고객들이 동물 복지와 자유방목 등에 관심을 갖고 '난각번호 2번' 달걀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 마켓컬리와 함께 상품을 개발하면서 동물복지 달걀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조인이 판매하는 백색 동물복지 유정의 경우는 80% 넘게 마켓컬리에서 팔린다"고 말했다.

난각번호 2번 달걀이란 달걀 껍질에 적힌 10자리 번호 중 사육환경 정보를 담은 마지막 숫자가 2번인 달걀이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2019년 2월부터 달걀 껍질에 10자리 계란 생산정보를 의무화했다. 1~4번으로 구성된 사육환경번호 중 1번과 2번은 동물복지 농장계란울 뜻한다.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일반 케이지로 구성된 농장 계란이다.

조인은 컬리와 함께 충격에 취약한 달걀 배송을 위한 패키지 개선에도 나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달걀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파손을 막기 위한 쓰레기도 늘어나는 문제를 겪기 때문이다.


조인이 2018년 9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적용한 포장재는 달걀이 담긴 트레이를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투명커버로 덮고 흰 종이 슬리브를 두른 형태였다. 상품의 품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고객의 선택을 받기 용이했다. 그러나 배송 중 달걀이 깨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조인의 달걀은 파손율이 한때 컬리 상품 운영 중지 기준인 4%까지 올라갔다.

이에 컬리와 조인은 온라인 배송에 적합한 달걀 패키징을 고안해 냈다. 플라스틱 커버와 달걀과 사이에 삽입해 달걀을 고정하는 완충재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까다로운 조건에 3개월 간 포장재 생산업체를 찾아다녀야 했다는 후문. 새로운 패키징을 적용하자 2019년 5월 1.53%였던 파손율은 한 달 뒤인 같은해 6월 0.1%를 밑도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조인은 한발 더 나가 쓰레기양을 줄이는 패키징 연구에 나섰다. 달걀 한 판을 구매하면 총 4개의 포장재가 나와 고객 불만사항이 돼서이다. 이에 플라스틱 커버를 빼고 슬리브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박스를 개발했다. 새로운 패키지는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만들어 재활용이 쉬워졌다. 달걀을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파손이 적고 환경에도 부담이 덜 되는 배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새벽배송은 먹거리뿐 아니라 플랜테리어(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 시장의 패키지 개선에도 해결 방안을 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이 반려 식품을 새벽배송으로 들이기 시작하면서 보다 친환경적 배송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살아 있는 식물과 화분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배송 과정에서 화분이 쏟아지거나 손상을 받지 않는 튼튼한 포장이 필요하다.

반려 식물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은 튼튼하면서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포장을 고민하다 컬리를 만났다.

기존의 반려식물 패키지는 종이박스에 비닐코팅지를 붙여 사용했다. 식물에서 발생하는 습기가 박스를 약하게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코팅된 종이박스는 비닐을 벗겨내야 재활용이 가능해 실질적으로는 재활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트리플래닛은 컬리의 포장재 혁신 프로젝트 '올페이퍼 챌린지'를 통해 선보인 새벽배송용 냉장박스에 주목했다. 이 박스는 코팅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품의 손상을 막아준다. 트리플래닛은 동일한 방식의 박스를 반려식물 패키징에 적용했다. 새벽배송으로 배송 시간을 단축해 코팅지를 붙인 박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품 품질을 지킬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종이박스도 산림관리협의체(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해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산림관리협의체 인증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 한 그루를 사용할 경우 새로운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산림을 보호하는 업체에게 부여하는 인증이다. 여기에 트리플래닛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든 스밈화분을 채택했다.

환경을 생각하며 반려 식물을 들이려는 소비자는 이같은 철학에 부응했다. 지난해 트리플래닛의 매출은 2019년 마켓컬리에 입점한 당시보다 2배 증가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컬리가 환경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있었고, 트리플래닛의 철학과도 맞아 스밈화분을 마켓컬리에서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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