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올려주면 이자 내주겠다"…신종 깡통전세 주의보

입력 2022-05-18 17:18   수정 2022-05-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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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택형인데 3000만원이 더 비싼 매물로 계약하면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전액 지원해드립니다. 보증금 대출 한도 80%를 채워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조건이에요.”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12㎡의 T오피스텔을 소개하며 솔깃한 제안을 했다. 시세가 2억원 안팎인 전세를 2억3000만원에 계약하면 보증금 대출 이자 약 1000만원을 한번에 송금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자 송금 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지만 이미 3건을 차질 없이 성사시켰다”고 꼬드겼다. 가장 최근(4월) 거래된 이 오피스텔의 매매가는 2억3000만원이다.

신축 오피스텔·빌라 시장에서 이자를 미끼로 전세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을 악용하는 신종 깡통전세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시세보다 비싼 보증금에 거래하는 대신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해준다는 식이다. 시세가 불분명해 전세금을 시세보다 대폭 올려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신축 오피스텔과 빌라시장의 맹점을 파고든 수법이다. 강서구 등촌동 빌라촌 내 N중개업소 대표는 “시세보다 높은 전세가만 보고 오피스텔을 구입한 새 집주인들이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거래도 나오고 있다. T오피스텔의 전용면적 14㎡는 이달 10일 3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달 동일한 주택형의 매매가 3억원보다 비싼 가격이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갭투자를 통해 투자금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전월세상한제에 대비해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보증금을 올려두려는 생각일 것”이라며 “세입자들은 현지 중개업소 여러 곳을 통해 주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은 오피스텔과 빌라의 전세보증 가입 건수 증가세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텔 보증보험 건수는 43.0%(2만2750건→3만2553건), 빌라(연립·다세대)는 35.8%(3만6543건→4만9638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보증 가입 건수가 10만9546건에서 13만6902건으로 24.9% 늘어난 것보다 증가폭이 컸다. HUG 측은 “일부 임대인이 보증금반환보험 제도를 악용해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대차 시장 현황 및 보증 악용 사례 등을 모니터링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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