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카드업계는 뜻밖의 실적 잔치를 벌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고액 소비가 증가하고 카드 대출도 늘면서 국내 7개 전업카드사는 1년 새 31.9% 뛴 2조593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올해 또 한 차례 내린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주요 수익원에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치솟는 금리는 예금을 받을 수 없는 카드사에 즉시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롯데카드를 제외한 신한 국민 삼성 현대 우리 하나 등 6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만난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지난 2년간 다져온 기본적인 비용 체력이 이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무작정 돈을 아껴서 낸 실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롯데카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4개월간 회원 수를 10만여 명 늘렸다. 포화 상태인 카드 시장에서 올해 회원 수가 10만 명 이상 늘어난 곳은 삼성 현대 롯데카드뿐이다. 2020년 조 사장 취임 당시 848만 명이었던 롯데카드 회원은 이제 870만 명을 넘어섰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마케팅 콜센터 카드심사 등 100여 가지 부문에서 비용 효율성을 높였는데 그렇게 절감한 비용이 연간 1200억원”이라며 “이를 토대로 이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쌓아 올려가는 실적은 고스란히 수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보의 바닷속에서 지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선호도, 소득 수준 등에 맞는 정보를 하나하나 맞춤형으로 추천받길 원한다”며 “그런 추천을 제대로 해주려면 실시간 소비 데이터를 토대로 그 사람을 진짜 이해할 수 있는 카드사가 제격”이라고 했다. 정교한 추천을 위해 롯데그룹과의 독점 파트너십으로 4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엘포인트의 상세 소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카드사가 갖지 못한 강점이다.
롯데카드의 실적이 호조를 이어가자 최근 시장에선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조 사장은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롯데카드가 그저 카드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 큐레이팅 회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올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승인을 받아 ‘디지로카’에 투자하는 금액만 600억원가량인데 당장 매각한다면 투자가 우선순위가 아닐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가 돼야 산업 전체적으로 이익”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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